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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의 '폴' '포숑' 등 유명 브랜드도 고전 끝에 철수했던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파리바게뜨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글로벌 프랜차이즈 진출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파리바게뜨의 성공에는 시장조사를 통해 빵을 안전하다고 믿지 못하는 중국인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
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글로벌 창업학 전문가 김창봉(사진)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장(교수)은 "현지 진출에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시장조사를 통해 정확히 파악하면 강점으로 바꿔낼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중국에 가면 하나씩만 팔아도 15억개는 팔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는 절대 해외 창업에 성공할 수 없다"며 "창업에도 고도의 체계화된 공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한국기업경영학회 회장, 한국통상정보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창업학의 전도사'로 불린다. 창업학은 사업 아이디어 개발부터 시장조사, 입지 분석, 재무·생산·점포·조직 계획에 이르기까지 한 회사를 키우고 지속 가능한 동력을 부여하는 학문이다. 실용적 측면이 강한 탓에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대학 중에서 중앙대가 발 빠르게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교육하는 '산업창업경영대학원'을 지난 2004년에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파이를 키우는 대기업도 중요하지만 새롭고 건강한 기업이 계속해 출현해야 전체적인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며 "국내에만 57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이끌어 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창업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일단 창업에 성공하면 다음 단계로 프랜차이즈로 발전한다. 그런데 국내의 한정된 시장만을 가지고는 사업 확대가 어려워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지의 인허가, 관세 시스템부터 문화적 차이까지를 겪으며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고 그때그때 컨설팅을 받으려면 막대한 돈에 부담을 느끼기 일쑤다.
이 같은 창업기업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김 원장은 올해 1월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를 개설했다. 이 학과는 철저히 '비즈니스를 해외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글로벌 지역학, 전자상거래, 인허가, 특허, 통관, 물류, 문화적 차이 등에 집중했다. 특히 강사진의 절반을 관세청 통관 전문가, 무역협회 출신의 전자상거래 전문가 등 각 분야에서 생생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베테랑들로 구성했다. 학생들의 경우 사업가를 비롯해 창업 준비자, 그리고 직장에서 프랜차이즈 관련 업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이 학과만의 강점인 일대일 멘토링 시스템은 '코칭 수업'에서 잘 드러난다. 비슷한 창업 아이템을 가진 3∼4명의 학생들이 주제를 정하면 한 학기 동안 한 명의 전문가가 창업 계획서, 창업 진출 모델을 직접 상의하며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준다. 또 일 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해외 시장조사 위주의 연수 프로그램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 20명이 일본을 방문해 현지의 최신 창업 아이템 변화와 한국과의 차이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김 원장은 "학생들이 현지에서 직접 시장조사를 하면서 문화적 차이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원자재 공급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현지에서 어떻게 해결할지 등 대안을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며 "학생들이 실무와 이론으로 완전무장해 해외 창업에 나선다면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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