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주행거리를 기록하는 장치가 고장 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중고차를 팔면 매매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남성민 부장판사는 중고 화물차를 산 A씨가 차를 판 분뇨 운반업체 B사를 상대로 “매매대금 1,800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A씨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B사는 2014년 2월 보유하고 있던 화물차를 중개업자를 통해 A씨에 팔았다. A씨는 자동차등록증을 받고 나서야 차의 주행거리계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등록증에는 주행거리가 72만km로 나와 있는데 차의 주행거리계는 83만km로 표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 주행거리계 상 주행거리는 2012년엔 72만km였다가 이듬해엔 47만km로 줄어드는 등 비정상적인 양상을 보였다.
A씨는 “B사가 주행거리계 고장을 알리지 않았고 고장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차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차 구입비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남 부장판사는 “중고 자동차 매매에서 주행거리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B사는 사전에 주행기록계 고장 사실을 알려야 했다”고 판단했다. 또 “더욱이 중고차를 되팔려 했던 A씨에게 주행기록계 고장은 결정적 결함이었다”며 “매매계약 취소는 적법하다”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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