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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대지공유 모델 제시한 서울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

"단지입구 ~ 현관도 내집 일부" 성냥갑 아파트에 '소통 공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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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은 거주자들이 땅으로부터 특별한 기쁨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대지를 여러 개의 작은 마당으로 나누고 단지 환경의 중심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진제공=건축사사무소 협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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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는 작은 마당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동시에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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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광을 고려한 'ㄱ' 'ㄴ'자 형태의 주동은 마당과 함께 조화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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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가장 잘 드는 위치에 배치한 거실에는 앞뒤로 큰 창을 내 채광과 통풍 효과를 극대화했다. /사진제공=건축사사무소 협동원


최근 선보이는 새 아파트의 특징은 내부 평면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이다.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평면에서 벗어나 3베이·4베이·알파룸 등 다양한 신평면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다분히 아파트에 거주하는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하지만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사는 '공동'의 공간이다. 이런 점에서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공동주거 부문 대상을 받은 서울 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강남브리즈힐아파트)은 새로운 공동주택의 기준을 제시하는 건물이다. 핵심은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 평면보다 외부공간의 활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특히 이 공동주택은 대지를 공유하며 집합으로 거주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묻고 있다.

작은 마당을 필로티로 연결해 내 집의 범위 확장

흔히들 내 집의 범위는 퇴근 후 문을 열고 들어서는 현관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은 단지 입구부터 각 가구의 현관까지 이어지는 '여정'도 내 집의 일부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경사진 대지를 열한 개의 작은 마당으로 나누고 각 주동을 필로티 형태로 바닥으로부터 들어올려 주동 하부를 관통하는 연속된 보행체계를 갖췄다. 필로티를 통해 작은 마당들이 서로 연결된 것이다.

또 주동의 앞마당은 이웃하는 동의 필로티와도 결합된다. 필로티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거실이자 사랑방이기도 하다. 필로티는 작은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 있어서 주민들이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된다. 주민들은 이곳 필로티에서 마을 잔치를 열기도 했다.

아울러 주민들은 주동 아래 필로티와 경사지에 설치된 계단을 이용해 단지 입구부터 내 집까지 가는 다양한 동선을 선택할 수 있다. 집으로 가는 동선이 다양해진 만큼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이웃들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을 설계한 이민아 건축사사무소 협동원 소장은 "거주민들이 집 밖에 나와 대지 전체가 내 집인 것처럼 사용하고 누리면서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만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잘게 쪼개 지상에 흩뿌린 주민 공동이용시설

주민 공동이용시설을 배치한 방식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공동이용시설은 단지 중앙의 대규모 커뮤니티 공간에 모아 배치된다. 하지만 이 단지는 어린이집·경로당·피트니스센터·도서관 등을 지상 레벨에 하나씩 떨어뜨려 설치했다. 공동이용시설을 잘게 쪼개 대지 위에 흩뿌린 형태다.

따라서 주민들은 다양한 경로의 외부공간을 돌아다니면서 공동이용시설을 하나씩 접하게 된다. 단지 환경의 중심을 바닥에 내려놓음으로써 외부공간을 단순한 통행로가 아닌 공동의 생활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단지의 외장도 지상 레벨의 보행자 눈높이에 맞췄다.

각 주동의 외벽은 단조로운 무채색으로 칠한 반면 지상에 나눠서 배치한 공동이용시설의 외벽은 어린이집·경로당 등 각 시설마다 빨강·파랑·초록 등 다채로운 색상을 입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들 공동이용시설은 각각의 색상으로 인해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주차공간도 모두 지하화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바깥 공간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외부공간 배치에 중점을 뒀다고 해서 내부 평면 구성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이 단지는 오히려 일반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평면 구성으로 각 가구마다 환하게 햇살이 비추는 거실과 주방을 선물했다. 이 소장은 "어느 위치에 있는 집이든지 햇빛이 잘 들어오는 방을 똑같이 하나씩 만들어주는 것에서 출발했다"면서 "가장 밝은 방으로는 온 가족이 모이는 거실과 주방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평면 벗어나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 모델 제시

이 같은 대지를 공유하는 공동주택은 주민들의 삶도 바꿔놓고 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 당시 심사위원들이 극찬했을 정도다. 공동주택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 서로 다른 이웃들이 한 곳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해서다.

사실 아파트 설계는 그간 많은 발전을 이뤘다. 건물 외관이나 내부 평면도 진화하고 있다. 이제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기도 하다. 조경도 한 단계 발전하면서 미술관 같은 아파트도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간과한 것이 바로 이웃들이 서로 대지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것. 개인을 넘어 아파트가 공동체 회복에도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동체의 회복은 도시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서울 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은 '공유'라는 물음에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디자인 차별화… 신기술 적용… '주택의 미래' 보여준 LH 설계공모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공동주거 부문 대상을 수상한 서울 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설계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이다.

LH는 매년 디자인 특화 및 신기술 적용 등 공동주택 분야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상징성 있는 설계공모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공동주택과 학교 및 일반 건축물 등 다양한 건축물에 대해 60여건의 건축설계공모를 실시해 설계 업체를 선정했다. 특히 올해는 8건의 설계공모에 대해 만 45세 이하 신진 건축사 대상 공모 방식을 비롯해 여성 건축사, 당선 실적이 없는 건축사사무소 대상 공모 등 다양한 공모 방식을 적용하기도 했다.

올해 LH에서 시행한 설계공모 중 눈여겨볼 만한 공동주택으로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미래형 임대주택의 모델을 제시한 '평택 고덕지구 Ca-1·2블록'과 공공분양주택인 '아산 탕정지구 2-A2블록'이 있다.

평택고덕지구 Ca-1·2블록은 △저렴한 주거비로 살 수 있는 주택 △지역사회의 활력과 가치를 높이는 주택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주택 △누구나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주택이라는 네 가지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적용된 요소로는 △외단열, 3중 로이유리 창호 등 에너지 절감 기술 △가구 내부에 기둥 및 보가 없어 자유로운 계획이 가능한 장수명주택 △1인 독신자 특화형, 복층구조 신혼부부 특화형 등 수요계층별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맞춤형 설계 등이 있다.

또 아산탕정지구 2-A2블록은 햇볕이 잘 들고 바람길 및 통경축이 확보되는 '바람이 부는 숲', 작은 마당 중심의 옥외공간 계획인 '이야기가 있는 소통마당', 가변형 및 알파룸 제공을 통한 '내가 만드는 우리 집'이라는 세 가지 디자인 전략 아래 계획됐다. 단지계획은 인접한 근린공원을 향한 열린 배치로 자연환경과 연계했으며 주변 단독주택지와 가까운 주동은 저층 배치를 통해 도시적 경관 및 스카인라인 조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평면계획은 신혼부부 대상의 소호(SOHO)형과 마스터룸 강화형, 성장기 자녀가 있는 가구 대상의 자녀케어형·자녀중심형, 고령자 부부를 대상으로 한 정원연계형과 세대 직출입형 등 계층별 특성을 감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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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고덕 Ca-1·2블록 조감도. /사진제공=LH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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