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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분담 선택한 금융권 노조

우리은행 등 금융권 노조들이 정규직의 임금을 동결해 이를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으로 돌리는 것을 내용으로 한 ‘노사 대타협안’ 을 제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얼마 전 포스코 노사가 합의한 바 있어 상생의 노ㆍ노, 노ㆍ사 관계를 위한 임금동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권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청와대 토론회를 통해 노사정 대화창구가 복원된 후의 일인데다 단일회사가 아닌 금융산업 차원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올 노사관계에 긍정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외에 자산관리공사와 국민은행 노조도 임금인상과 복지수당 등에 대한 요구를 자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자세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노조는 임금동결의 이유로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으로서의 국민정서와 사회적 역할 감안을 들었다. 여기에는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회사들이 임금인상 잔치를 벌이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여론의 질타를 의식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은행 노조의 양보를 과소평가할 것은 아니다. 금융권의 노사 대타협안은 지난 3월 마련됐으나 일부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던 것인데 우리은행 노조가 다시 시동을 걸면서 실현 가능성이 더 커졌고 그럴 경우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쳐 올 노사관계의 핵심 현안 중 하나인 비정규직 문제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 문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실 대기업 노조, 정규직의 양보 없이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대기업 노조가 자기 몫 찾기를 고수하면 기업은 그 부담의 일부를 협력업체로 전가하게 되고 비정규직 고용을 더욱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은 요원해진다. 전체적으로 고용사정이 더 어려워지는 것도 물론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노사정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대표들을 포함하는 지도자회의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 노사관계는 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더라도 주5일 근무제ㆍ사회공헌기금ㆍ노조의 경영참여 등의 쟁점으로 험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현안은 하나같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노동계가 보다 많은 임금과 유리한 근로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 무리한 것이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들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노조와 경영계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대화와 양보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우리은행 노조, 더 나아가 금융권 노조의 고통분담 결정은 돋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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