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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5월 21일] 해양레저산업 발전하려면

몇년 전 아르헨티나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을 지나오며 일요일 오후를 맞아 라플라타강에 대형 범선과 중소형 요트들이 한가로이 떠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바쁜 일정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곳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을 무척 부러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최근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여유로움을 느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터보트 등 해양레저장비 관련 조종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지난 2000년 약 7,000명에서 2007년 6만5,000명으로 9배 이상 증가했다. 또 부산 수영만요트장과 경남 통영 마리나리조트 등을 중심으로 750개가 넘는 해양레저 사업장이 운영되고 있다. 요트클럽이 30개가 넘고 윈드서핑 클럽 20개, 대학 요트동아리 10개 등 동호회원들의 자발적 모임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반가운 마음만 가질 수는 없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모터보트와 요트의 대부분이 미국ㆍ유럽ㆍ호주ㆍ일본 등 해외에서 수입된 제품이고 심지어는 해외에서 수입한 중고제품이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 해양레저 선박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뿐더러 그 중 대부분이 영세한 중소업체여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준의 제품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만 즐기는 소규모의 국내시장을 두고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고개를 돌려 세계시장을 살펴보면 쉽게 간과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해양레저 장비와 관련된 세계시장 규모가 연간 400억달러 이상이고 지난해 유럽연합(EU) 지역에서만 크루즈선 및 레저보트 수출액이 210억달러에 육박했다. 우리나라 조선 산업 수출액인 276억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가 취약한 국내 수요와 유럽과의 문화 차이라는 이유로 해양레저 관련 산업을 소홀히 한 사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세계시장을 눈앞에서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양레저장비 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조선 산업에서 이미 세계 1위의 위상을 유지해오고 있고 엔진과 내장 인테리어 및 부품소재 관련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도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듯 관련 기반산업이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건실함에도 우리 해양레저장비 산업이 세계시장의 1%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유로운 레저문화를 누리지 못한다는 점을 넘어 국가 산업적인 측면에서 더더욱 아쉬움이 크다. 우리 산업이 보유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해양레저장비 산업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시점이다. 우선 국내에서 싹트기 시작하는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 및 금융과 관련된 다양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레저선박 구입시 납부하는 취득세의 기준이 되는 시가표준액을 상향조정해 구매자의 부담을 경감해주고 고가의 레저선박을 구입하거나 이용하기 쉽도록 다양한 금융ㆍ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그 일환이 될 수 있다. 또한 일몰 후의 선박 운항을 제한하거나 특정 수역에서의 항해를 제한하는 각종 법령을 정비해 이용자의 자유로운 해양레저 활동을 보장해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내수시장 활성화 조치가 우리 해양레저장비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관련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전략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오는 2012년까지 우리 업계의 기술 수준을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정부가 앞장서서 기술개발 청사진을 제시하고 전략품목과 유망업체를 지원해나가야 한다. 정부는 산ㆍ학ㆍ연 공동참여, 부품소재ㆍ자동차 등 연관 산업과의 연계 등 다양한 방향으로 기술개발 지원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동서남해안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마리나 등 대규모 해양레저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틀이 마련됐고 2012년 여수 해양엑스포 유치가 확정돼 우리나라 해양관련 산업 발전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국제보트쇼와 요트대회를 유치하고 있고 올해 경기도에서 개최하는 세계요트대회의 공식 경기정으로 국내업체의 요트가 채택되는 등 해양레저 산업 태동의 조짐들이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러한 기회들을 잘 살려 해양레저장비 산업이 우리의 신수종 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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