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화학 비료 가격이 지난 1년 사이에 세배나 급등해 곡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값비싼 비료를 구입하지 못한 농가는 곡물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데다 비료를 사용한 농가도 원가 상승압박을 받기 때문에 곡물 가격 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일부 화학 비료 가격이 세배 이상 폭등하면서 가뜩이나 심화되고 있는 식량난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인산이암모늄 가격은 1년 전 톤 당 393달러에서 1,102달러로 치솟았고, 같은 기간 요소비료의 톤 당 가격도 273달러에서 505달러로 뛰었다. 이 같은 비료 가격 급등은 인구 증가 및 바이오 연료 산업 발전에 따른 곡물 수요가 크게 늘어 비료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육류 소비가 증가해 가축사육을 위한 곡물 사료 수요가 확대된 것도 화학비료의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학비료의 공급 차질이 이미 5년 전부터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화학비료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996년부터 현재까지 화학비료 사용량은 전 세계적으로 31%증가했다. 이중 개도국 사용량은 56%나 늘었다. 비료 부족이 심화되면서 비료 판매상들이 지난 가을부터 제한적인 판매에 나서고 있는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는 가축 분뇨가 다시 비료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가축 분뇨는 질소 성분이 적어 작황 감소를 피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캐나다 마니토바대학의 바클라프 스밀 교수는 "인류에게 화학비료가 없었다면 현재 곡물 생산량은 전세계 인구의 40%를 먹이기에도 모자랐을 것"이라며 "그간 곡물 생산량 증가에 크게 기여했던 화학비료가 식량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에게 비료 구입비를 지원해온 인도 정부는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 고민이다. 인도정부의 보조금 규모는 지난 2004~2005년만해도 4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2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화학 비료 제조업체들이 설비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는 있다. 현재 적어도 50개 공장이 건설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설비증설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수년 간은 비료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NYT지적했다. 한편 일부 환경론자들은 화학비료가 화석연료를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충분히 공급된다 해도 종국에는 토지와 물을 오염시킬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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