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충격에 휩싸인 세계경제에 ‘차이나 리스크’를 경고하는 사이렌이 울렸다. 20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9.0%로 추락함으로써 중국경제의 초고속 성장 시대는 종언을 고했고 경제 경착륙에 대한 위기의식은 높아졌다. 특히 이번 중국경제의 성장률 급락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로 해석되면서 글로벌 위기의 버팀목이 돼줄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경제가 도리어 위기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물경제 위기 확산=재난의 근원은 미국 경제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이다. 중국의 올해 수출 증가율은 21%로 지난 2006년, 지난해의 27.2%, 25.7%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이는 세계경제 침체로 미국ㆍ유럽 등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그 여파는 중국경제의 중심지인 동부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3ㆍ4분기 상하이의 수출 증가율은 22.8%로 전분기에 비해 2.3%포인트 낮아졌고 9월의 공업생산 증가율은 6%로 올해 1~9월 평균치인 11.5%를 크게 밑돌았다. 기업들의 도산과 대량 실업 사태가 줄지어 등장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홍콩증시 상장사인 바이링다가 선전 지역의 공장을 폐쇄해 1,5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중국 최대 장난감 위탁생산업체인 허쥔그룹이 문을 닫아 6,500명이 실직했다. 또한 이달 초에는 중국 최대 방직 날염업체인 장룽그룹이 부도를 내 3,000여명이 거리로 내몰렸다. 대규모 도산에 대한 공포는 자동차ㆍ철강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8월과 9월 연속 마이너스 판매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최근 대대적인 감산에 착수했고 한계상황에 처한 중소 자동차업체들의 무더기 도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극심한 수출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초고속 성장기는 끝났다=앤디 시에를 비롯한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지금 중국경제의 상황이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샤예량(夏業良) 베이징대학 경제학원 교수는 “중국경제는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통화팽창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동시에 닥쳤다는 점에서 더욱 어렵다”고 주장했다. 2003년 이후 5년 연속 두자릿수의 초고속 성장은 마침표를 찍었고 중국경제는 앞으로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얘기다. 경기하강에 대한 전문가들의 처방은 엇갈리고 있다. 샤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투자를 통해 경제를 부양하는 것은 효율저하와 자원낭비 및 오용, 부패 심화 등의 폐단을 가져올 것”이라며 “정부는 투자환경 개선에만 신경 쓰고 투자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칭화대학 브루킹스연구센터의 샤오겅(肖耿) 주임은 “중국은 현존하는 유일한 잠재적 경제 강국이어서 중국경제의 성장이 멈추면 글로벌 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사용해 경제성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정부, 경착륙 저지 안간힘=중국경제가 내년에는 8%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사실상 경착륙을 의미한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주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면서도 위기극복에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무원은 회의 뒤 논평을 통해 “금융혼란과 경제불안이 중국에 점진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비우호적인 대외요인과 국내에서 발생한 일련의 자연재해가 우리 경제의 근본적 성장환경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경제는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국무원은 “중국이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유연하고 거시적 경제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며 “올해 4ㆍ4분기에는 농촌 지역 개발과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인하 등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줘샤오레이 은하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 인민은행의 주요 임무는 중국경제의 성장을 지속시키는 일”이라며 “지급준비율과 대출금리 인하 등이 내수 및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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