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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69% 사상최고 '개혁욕구 반영'

실패땐 정국혼란 올수도

지난 30일 열린 45회 일본 중의원선거의 투표율이다. 1996년 일본이 소선거구제를 도입한 이래 사상 최고 수준.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인들이 패전 후 50여년 만에 분출한 개혁을 향한 욕구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이는 일본 사회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수치이기도 하다. 도쿄에 거주하는 한 30대 무직 남성은 31일 "관료와 유착된 자민당 정권은 이제 지긋지긋하다"며 "한번은 변화를 줘야 할 때라고 생각해 민주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 일본 네티즌은 "지금까지는 투표를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선거는 투표를 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민주당이 산적한 주제에 대처해줄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인들은 실제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경제 여건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에 투표했다는 한 유권자는 "자민당은 시장의 자유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결국 생산자 위주의 경제 구조를 고착시켰다"며 "민주당은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다만 이번 민주당의 압승은 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라기보다는 일본 사회를 무너뜨린 자민당에 대한 강한 실망과 분노의 반증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과연 민주당이 일본 사회를 하나로 끌고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성향의 유권자층이 강한 야마구치현의 한 고령 유권자(80)는 "지금까지 계속 공명당을 지지해왔고 이번에도 공명당이 추천한 자민당 후보를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이번만큼은 민주당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일본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민주당이 좋아서라기보다 자민당의 대안으로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안티 자민당'표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번 총선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자민당의 패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압승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서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다. 한 일본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일단 민주당을 밀어줬지만 공약을 못 지키거나 제대로 일을 못한다면 민주당이 곧바로 해산되고 다시 자민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냉랭한 의견이 적지 않다.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이 큰 만큼 '새로운 일본'의 모습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그에 대한 실망감이 급격한 지지율 하락과 정국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압승을 거둔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고 전하면서 "근본적인 개혁 욕구가 이번 총선 결과로 나타난 것이지만 야당 시절 생각했던 정국 구상과 집권당으로서의 정책 운영은 다를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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