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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아차산 자락,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워커힐호텔 아카디아가 자리잡고 있다. 쉐라톤 워커힐 호텔 단지 안에 있는 W호텔, 워커힐호텔, 매튜, 맥스웰, 라이만동(棟)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건물의 끝자락이다. 여러 개의 건물이 연속적으로 들어선 탓에 자칫 단절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이다. 아카디아는 여기에 유려한 선(線)의 미학을 불어넣으려는 고심 끝에 탄생한 건물이다. W호텔과 워커힐호텔 등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을 아름답게 이어나가면서도 건물의 배경이 되는 능선의 방향과 통일감을 연출해 호텔 공간이 자연 속에 중첩된 듯 유기적 느낌을 표현했다. 아카디아 속 선의 아름다움은 밤이 되면 더욱 빛을 발한다. 건물의 저층부와 상층부 사이에 투명 유리벽으로 이뤄진 공간이 있어 이곳에서 발산되는 빛이 외부 동선의 흐름과 내부 동선의 흐름 사이에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의 연결은 다시 저층부를 통해 호텔 중심으로 향하는데 이로써 아카디아가 건물군(群)의 끝이 아닌 시작점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아카디아의 또 다른 특징은 건물의 저층부와 상층부를 각각 다른 색을 가진 자재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저층부는 검은 색의 마천석을 사용하여 주위 지면환경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으로 안정감을 꾀했다. 1층 진입부 및 주계단은 투명유리 커튼월을 사용하여 개방감과 한강 조망을 극대화했으며 상층 객실부는 컬러유리 커튼월을 사용하여 프라이버시 확보와 더불어 조망효과 및 하늘과의 조화를 노렸다. 이러한 설계를 통해 아카디아의 상층부는 마치 지면에서 살짝 들어올려진 듯한 느낌을 주게 됐다. 이는 산비탈에 위치한 아카디아의 공간적 측성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건물 뒤쪽 아차산의 흐름이 한강을 향해 끊이지 않고 계속 흘러내리는 듯한 유동적이고 연속적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건물 측면에 위치한 스테인리스 ‘메탈 패브릭(metal fabric)’은 이 건물에 포인트를 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호텔 단지 내에서 아카디아를 바라보면 이 메탈 패브릭으로 이뤄진 측면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자연속'조용한존재감' 표현중점"
설계자 윤 세 한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자연 속에서 ‘조용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워커힐호텔 아카디아를 설계한 윤세한 해안종합건축사무소 대표이사는 이 건축물의 특징을 조용한 존재감이란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 아차산을 등지고 한강을 마주보고 있는 건물의 위치적 특징을 살려 주변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나름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설계 당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선의 연결(linear connection)’이란 콘셉트도 이런 고민이 낳은 산물”이라며 “선의 흐름을 통해 자연 및 주위 건물과의 연결성 및 통일성을 살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외국 건축물에서 주로 사용되는 메탈 패브릭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쉽게 잊혀지지 않을 존재감을 부여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계과정에서 그는 외국 출장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건물의 주 용도가 그룹 연수원이라 세계 각지에 있는 교육시설들을 둘러 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시설 이미지 확 바꾼 역작"
건축주 권 용 성 워커힐호텔 개발사업본부장 "건축주와 설계자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기에 오늘의 영광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용성 워커힐호텔 개발사업본부장은 아카디아의 디자인 비결로 의사소통을 꼽았다.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으로 서로의 입장을 절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고객만족으로 연결됐다. 권 본부장은 "연수를 받으러 온 교육생들이 빼어난 내부 교육환경에 한 버 놀라고 수려한 자연경관에 두 번 놀란다"며 "기존의 교육시설에 대한 낡은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한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일반 고객들의 호응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주말에만 일반고객에게 문을 여는데 W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다 가족 단위 고객이 이용하기 쉬운 설계로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에 지은 호텔의 겨우 가족이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던 게 사실"이라며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순수 토종 기술로 이런 국제적 수준의 건축물이 나올 수 있다는 데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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