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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6월 4일] 美자동차노조의 때늦은 자각이 주는 교훈
입력2009-06-03 17:23:27
수정
2009.06.03 17:23:27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무파업 선언과 임금삭감 결정은 회사가 살아야 노조와 근로자도 살 수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크라이슬러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마저 파산보호 절차에 돌입하자 UAW는 오는 2015년까지 이들 사업장에서 파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새로 뽑는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을 외국 경쟁사 수준인 14달러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GM 숙련근로자의 임금은 28달러에 달한다. 무파업 약속은 지난 1935년 UAW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며 임금 하향조정은 비록 신규 채용자에게만 한정됐지만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회사 회생을 위해 노조가 때늦은 후회와 함께 고통분담을 선언하고 나선 셈이다.
GM과 크라이슬러가 몰락의 운명을 맞게 된 데는 강경 노조활동도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노조의 막강한 힘은 높은 임금과 퇴직자의 건강보험료 부담 등 과다한 복지로 이어졌다. 고임금과 복지는 GM 등 미국 업체가 세계시장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시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외국 업체들의 맹추격 등 시장환경과 여건이 변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돼 경쟁력의 발목을 잡았다.
UAW의 뒤늦은 자성은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 노조에 큰 교훈을 던져준다. 노조 설립 이래 22년 동안 단 두 해만 빼고 매년 파업을 벌여왔다는 사실에서 현대차 노조가 얼마나 투쟁 위주의 강성 노조인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미증유의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쟁업체들이 파업자제, 임금동결 등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과 달리 현대차 노조는 여전히 투쟁적 자세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15개 계열사 노조가 최근 선언한 연대투쟁의 중심에도 현대차 노조가 있다.
GM의 파산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가 크게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ㆍ유럽 등 경쟁업체들은 GM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로서도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 모처럼 맞은 기회를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노사상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조가 변해야 한다. 미국 자동차 산업 재편이 이뤄지는 향후 5년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현대차 노조의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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