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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봉인 제거 요청 나선 北 의도는…
입력2008-09-23 18:29:19
수정
2008.09.23 18:29:19
"테러국 명단해제 지연 불만 표출… 정치·경제적 대가 얻기위한 수순"<br>美측 유화 조치 없으면 '사찰팀' 추방 가능성 커<br>한·미·중 외교장관 회동 대책 마련 움직임 분주
북한이 영변 핵 시설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봉인 및 감시카메라 제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핵 문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핵 시설 복구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의 핵 봉인 제거 등 핵 시설 복구 작업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가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기대했던 정치ㆍ경제적 대가를 얻어내기 위한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또 대선에 돌입한 미국 정국을 감안해 임기 말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최대한 압박, 북측이 꺼리고 있는 핵 검증 체제 구축 논의를 사실상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영변 핵 시설 봉인을 일부 제거하고 감시 카메라를 제거하는 수순에 들어선 이상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있을 때까지는 최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지난 2002년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졌을 때 핵 시설 재가동을 결정한 뒤 IAEA의 핵 시설 봉인과 감시 카메라를 제거한 데 이어 IAEA의 감시 요원 추방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급기야 2003년 1월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북핵 문제 위기감을 극단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측의 유화 조치가 없다면 북한은 결국 미국 정부의 북핵 불능화팀과 IAEA 사찰팀 추방 조치에 나설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정치학 교수는 “봉인 제거 요청에 나선 북한은 IAEA 사찰팀 입을 통한 선전 효과를 최대한 활용한 뒤 최후 수단으로 IAEA 감시단 추방이라는 카드를 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핵 6자회담 와해를 원하지 않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복구 움직임에 강경 대응하기보다는 외교적 설득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부시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핵 시설 복구 작업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6자회담 참가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과 미국ㆍ중국 등 3개국 외교장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에서 잇따라 긴급 회동을 갖고 북핵 검증 체제 구축과 북한 비핵화 2단계 조치 마무리를 위한 묘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테러지원국 해제와 핵 신고 검증 체제 구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북한과 미국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하지 않는 한 북핵 문제는 당분간 악화일로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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