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은 원래 흑의 세력권이었다. 그곳에서 백이 무난히 둥지를 틀고 살아버리면 흑은 심히 무색하게 될 것이다. 이세돌은 흑1로 씌워 일단 백대마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창하오는 백2로 붙여 안형을 만들고 있다. 흑7까지는 필연. 백6으로 참고도1의 백1에 기어나오는 것은 성급한 처사다. 흑이 2에서 6으로 죽죽 밀어버리면 상변에 거대한 흑의 확정지가 생길 것이니 백으로서는 소탐대실이다. 백8은 안형의 급소. 여기서 이세돌이 다시 한번 과감한 공격을 보여준다. 흑9, 11을 선수로 두고서 급소인 흑13에 찔러간 이 수순. "역시 이세돌은 사나워요."(홍민표) 흑17, 19는 일관성 있는 공격이다. 특히 흑17은 아마추어가 기억해둘 만한 행마의 요령이다. 튼튼하게 둔다고 참고도2의 흑1로 꽉 잇는 것은 백2 이하 8로 빠져나올 때 차단할 도리가 없으므로 오히려 흑이 난처하게 될 것이다. 백20으로 먼저 끊은 수순은 목숨을 구걸한 것. "살려만 달라는 것인데 부분적으로는 대단한 악수입니다."(강동윤) 이세돌은 군말 없이 흑21, 23으로 빵때림을 했다. 이 정도의 소득을 올리게 해준다면 백대마를 살려줘도 이긴다고 생각한 것이다. 백24는 여차직하면 우상귀의 우군과 연결하겠다는 수였지만 강동윤은 이 수를 보고 가차없이 비판의 목청을 돋웠다. "자세가 나빠요. 박력부족입니다."(강동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