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자리 갔을 때 철없이 우쭐거린 적도 있지만 빛나는 자리는 남이 이뤄놓은 곳일 뿐이다.” ‘삼성 떡값 전달 의혹’에 휘말려 공직을 떠나게 된 홍석조광주고검장은 26일 열린 퇴임식에서 자신이 25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는 마음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때로는 성취의 기쁨을, 때로는 실패의 쓰라림을 겪으며 검사로 생활해왔다”며 “선배들이 전해준 3가지 경구를 후배들에게도 남긴다”고 이를 소개했다. 홍 고검장은 그 첫번째로 “빛나는 자리에 가려 하지 말고 자기가 있는 자리를 빛내라”며 “빛나는 자리는 남들이 이뤄놓은 곳일 뿐이며 현재 자기가 맡은 자리가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윗사람을 속일 수는 있지만 아랫사람을 속일 수 없다”며 사건처리의 공정성을 지적했으며 “조직을 위해서는 ‘내가 없으면 우리 조직은 어떻게 되나’하는 식의 황당한 생각이 필요하기도 하다”면서 적극 업무에 임해줄 것을 강조했다. 홍 고검장은 ‘삼성 떡값’이나 퇴임을 결심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퇴임사 말미에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이 검찰에 폐를 끼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재임기간 남도의 풍광과 넉넉한 인심을 맛보며 짧지 않은 검사생활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퇴임사를 마쳤다. 홍 고검장은 인천지검장 재직시 대상그룹을 수사하면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돈인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을 기소하지 않은 데 이어 지난해 8월 ‘안기부 X파일’에 이름이 언급되면서 강한 사퇴압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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