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법무부 국정감사장. 시종일관 김경한 법무장관을 몰아붙이던 박영선 의원(민주당)이 갑자기 최정숙 법무부 여성아동 과장(40·연수원 23기ㆍ부장검사)을 호출했다. 최 부장검사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박 의원은 “여성검사로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최 부장검사는 순간 당황했지만, 자신 있게 답변했다. “저는 여검사 서열 6번째여서 그런지 오히려 인사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봅니다.” 최 부장검사의 뜻하지 않은 답변에 긴장감 돌던 국감장은 잠시나마 웃음바다가 됐다. 최 부장검사는 잘 나가는 여검사다. ‘서열 6위’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라, 업무능력이나 주위 평판에서 늘 최고다. 최 부장검사는 여검사로는 처음으로 대검연구관을 지냈다. 올해 초에는 부장승진과 함께 법무부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법무부 과장은 통상 2~3년차 부장검사가 맡는 자리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파격이다. 특히 일선 검사들이 한번쯤 가고 싶어하는 대검연구관과 법무부과장직을 거쳤다는 것은, 그만큼 최 부장검사의 능력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최 부장검사는 수사부서 근무 당시 미담을 만들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2004년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근무시절, 홧김에 친구의 뺨을 때려 고막을 터뜨린 한 고등학생에게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선처를 해 준 적도 있다. 처벌대상 학생이 초범인데다 학비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자란 점을 딱하게 여겨 형사처벌을 유예해주고 다른 학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운 것이다. “교복과 학용품 사는데 보태라”며 70만원을 쥐어주기도 했다. 최 부장검사는 요즘 동남아 결혼이민 여성의 가정폭력 문제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최 부장검사는 최근 동남아 현지 출장까지 다녀올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관련 세미나도 열 계획이다. 최 부장검사는 “동남아 여성들은 어머니 중심의 모계사회에서 자라 국내 정착을 위해 문화적 간극을 좁힐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국감장 해프닝처럼 ‘여검사니까…’ 하는 생각보다는 당당한 대한민국 검찰의 멤버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게 최 부장검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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