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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3월 12일] 공기업 부채급증 원인 규명이 우선

정부가 '공기업 빚 줄이기'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공기업 채무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부채는 국가채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03년 20조원에 지나지 않던 공기업 부채 규모는 2009년 말 109조원으로 불과 6년 만에 5배나 커졌다. 문제는 지금 추세대라면 앞으로 공기업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포함한 10대 공기업의 부채만도 2008년 157조원에서 2012년 301조원으로 불과 4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려 108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LH의 경우 토지보상을 제때 하지 못하는가 하면 채권발행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과도한 부채에 따른 부작용이 가시화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공기업 부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정부는 우선 오는 4월 말까지 각 공공기관의 부채감축 방안을 받을 계획이다. 이를 기초로 기관별로 총량을 정하고 단계적인 부채관리 목표를 설정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기업 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사업을 공기업에 맡기는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 공기업 부채가 이처럼 늘어나게 된 것은 공기업 부채가 당장 정부채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점을 이용해 정부가 공기업을 활용,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예산 가운데 8조원가량을 수자원공사에 책임 지운 것이나 인천공항철도 빚을 철도공사에 떠넘긴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LH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것도 참여정부 때 대규모 임대주택 건설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공기업 부채가 정부채무로 계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정부채무와 같은 차원에서 관리돼야 한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것도 공기업 부채 때문이다. 공기업들도 부채축소를 위한 자구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유휴자산 등을 매각하고 투자금 회수가 부진한 각종 사업을 재검토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수익사업 부담금 체계도 필요하다면 현실화해야 한다. 비효율과 낭비를 줄이기 위한 경영효율성 제고 등 선진화 노력도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공기업 부채 관리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금이라도 공기업 부채가 급증하는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 한번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커지면 파국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빚의 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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