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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즈 레터] 무지와 탐욕

최근 신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미국산 쇠고기’에 이어 ‘키코(KIKO)’가 2등은 차지할 것 같습니다. 원ㆍ달러 환율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상승세를 보이자 환헤지를 위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에 투자했던 중소 수출기업들이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규모 민사소송이 벌어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키코 때문에 아주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과 같은 악덕 상인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해를 입은 수출 중소기업들은 샤일록에게 자신의 살 1파운드를 도려내 줘야 하는 ‘안토니오’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지금은 ‘선의의 수출기업’이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일부 피해 업체들은 정상적인 수출 계약 물량 이상으로 ‘키코’에 투자했다고 합니다. ‘환헤지’가 아니라 ‘환투기’에 나선 것이지요. 최근 몇 년간 원ㆍ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자 ‘키코’투자로 상당한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떨쳐버리기 어려웠겠지요. 대다수 피해 기업들은 “은행의 권유로 키코에 투자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환투기를 부추긴 은행이 있다면 사실 여부를 명확히 밝힌 후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출중소기업들은 전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억지처럼 들립니다. 키코 투자 배경은 ‘환차익 기대’와 ‘은행의 권유’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환차익을 기대하고 금융상품에 투자했다면 그것은 ‘탐욕’입니다. 그저 ‘은행의 권유’로 키코에 투자했다면 ‘적(敵)의 실체조차 모른 채 전쟁터로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무지’도 때로는 죄가 됩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일컬어지는 웨런 버펫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하지 않는 걸로 유명합니다. ‘무지’와 ‘탐욕’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악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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