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및 이에 따른 금리인하 전망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빨라지면서 일본 엔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화 가치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일본 닛케이지수가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1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지난 2005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달러당 105.97엔에 거래됐다. 투자자들이 주식 및 채권시장에 대한 위험 회피를 목적으로 엔화 매입에 적극 나서면서 엔화 가치는 전세계 주요 16개 통화 중 영국 파운드, 뉴질랜드 달러 등 14개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3% 이상 폭락하며 2005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엔화 강세로 기업들의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도요타ㆍ소니ㆍ도시바 등 수출기업과 미즈호파이낸셜 등 금융주의 하락폭이 컸다. 엔화는 달러는 물론 유로화에 대해서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르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통화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물량이 청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0.5%로 유로존(4%), 영국(5.5%), 뉴질랜드(8.25%) 등 주요 국가의 기준금리 중 가장 낮다. 이들 국가의 통화는 최근 캐리 트레이드 물량 청산으로 엔화 대비 평가절하(가치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UBS도쿄의 무타 세이치로 이사는 “투자자들은 현재 해외 투자자산을 매각해 위험을 회피하고 싶어한다”며 “대신 엔화를 사들이는 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 달러당 111.65엔에 출발했던 엔화는 106엔대에 거래되는 등 보름 동안 무려 5.36%가량 급등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달러 등 해외 통화 표시 자산을 매도하고 엔화 표시 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30일 기준금리를 최소 0.50%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엔화 강세를 유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방은행의 금리인하로 당분간 달러화의 뚜렷한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지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만기 한달짜리 달러ㆍ엔 옵션은 이날 13.85%까지 올라 전일의 13.65%보다 0.2%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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