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혁명의 아버지 체 게바라가 암살당한 지 40여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 정치가이자 혁명가로서의 모습은 오랫동안 회자돼 왔지만 게바라의 사생활 중 상당부분은 신화로 왜곡됐던 측면도 있다. 그런 이유에서 일까. 게바라의 두번째 아내이자 혁명 동지였던 알레이다 마치가 드디어 입을 열고 남편에 대한 인간적인 면모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마치는 게바라가 죽기 직전까지 8년여 동안 함께 살며 4명의 자녀를 낳았던, 그의 혁명적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쿠바 태생인 저자는 교사생활을 하던 중 혁명투쟁에 참여하다가 게바라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볼리비아행 게릴라 투쟁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피델 카스트로와의 불화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오히려 볼리비아 투쟁은 카스트로의 은밀한 지원을 받아 진행된 특수 작전이었다고 증언한다. 게바라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도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콩고 내전 참전 후 볼리비아로 숨어들어가기 직전인 1966년 아바나의 안가에서 60대 노인으로 변장, 아이들을 만나는 장면은 한 사례다. 게바라는 자신을 ‘라몬’이라고 속이고 자녀들을 만났지만 큰 딸이 넘어지자 친절하게 대해줬다. 그런데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한 그녀가 “이 남자가 내게 반했나 봐”라고 어머니에게 속삭였던 것. 저자는 게바라를 ‘돈키호테’라고 묘사한다. 그녀는 “남편은 세르반테스의 인물에 부드러움이 가미된 사람이었고 비록 다른 상황이긴 해도 같은 목적을 위해 새로운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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