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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1월 5일] 국제금융시장의 뇌관, CDS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 있다. 각국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 등 자국의 금융시장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에는 여전히 불안심리가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불안심리 뒤편에는 대표적인 신용파생금융상품인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라는 복병이 자리잡고 있다. CDS는 기업이나 정부 등이 부도를 내면 투자은행 등 금융회사가 대신 채무를 갚아주는 신용파생금융상품이다. 지난 1995년 JP모건에 의해 처음 도입된 이래 CDS 시장은 2005년 말 17조1,000억달러에서 2007년 말 62조2,000억달러로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며 신용파생금융상품 시장의 확대를 견인해나갔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기업의 신용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리스크 헤지 수요의 확대로 CDS 거래가 급증했지만 최근 들어 특정 기업의 부도가능성에 배팅하는 투기적 거래에도 활발히 이용됐다. 하지만 CDS는 계약체결 후 자유롭게 제3자에게 되팔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금융회사의 정확한 거래규모는 물론 실제 거래주체를 파악하기가 매우 곤란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어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신용위기’(Credit Risk)에서 ‘신뢰위기’(Counterparty Risk)로 악화시켰다. 최근 CDS 관련해서 위험성이 가장 부각됐던 사건은 AIG 부실사태라고 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채권발행 기업들의 파산이 늘어남에 따라 CDS를 판매해왔던 AIG는 CDS를 구입한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대신 상환해줘야 했기 때문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CDS 거래상 기초자산 대부분이 주택담보부증권(MBS)ㆍ자산담보부증권(CDO) 등의 구조화금융상품과 신용등급이 낮은 고수익 채권이라 실물경기 위축이 지속될 경우 추가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경기변동에 민감한 투기등급의 중소기업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CDO의 경우 대부분 CDS 계약을 맺어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대신 신용위험을 이전하는 ‘합성(Synthetic) CDO’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 내 추가 손실 상각 발생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 대부분이 문제가 생겼을 때 원리금을 대신 상환해줘야 하는 보장매도 형태이기 때문에 향후 경기침체로 인한 디폴트 증가 시 CDS 거래로 인한 위험 노출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또한 오는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파생금융상품 거래증가로 인한 위험부담이 높아지고 있어 위험관리역량의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파생상품 자체가 금융위기의 주범은 아니지만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성격이 있어 금융혁신을 가로막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업계 모두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파생금융상품 구조가 일반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파생금융상품의 위험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최근에 부각된 키코(KIKO) 사태와 같은 피해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경우 적극적으로 위험공지의무를 준수할 필요가 있고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본인이 투자하는 상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파생금융상품과 관련된 금융사건의 배경에는 본연의 위험 헤지 목적 외에도 단기간 내에 고수익을 노린 투기적 유인이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파생금융상품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위험분산이라는 본래의 순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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