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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병 깊어만가는 유로존 재정위기

아일랜드 자국은행 구제금융 필요성 인정<br>포르투갈도 "국제사회도움청할수도" 언급<br>그리스는 "채무상환 기간 늦춰달라" 타진


유로존(16개 유로화 통용국)이 아일랜드에 신속한 구제금융 신청을 촉구하며 위기전염에 대한 방화벽 치기에 나섰지만 또 다른 재정 불량 국인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경제ㆍ재정 상황도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로존의 속병이 깊어지고 있다. 올 초 그리스 사태 이후 유로존 회원국들이 위기재발을 막기 위해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이라 불리는 '유로재정안정기금(EFSF)'까지 설립했지만 아일랜드 사태를 계기로 잠복했던 재정 위기라는 고질병이 재발하는 모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 사정이 다름에도 단일 통화로 묶여 특정국의 부실이 다른 나라로 전염되고 있다"며 "단일 통화권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로가치는 15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587유로까지 떨어지면서 6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언론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그 동안 구제금융을 강력하게 거부하던 완강한 자세에서 한발 물러나 국가 고질병인 부실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필요성을 인정했다. 브라이언 코웬 아일랜드 총리는 EU재무장관 회담을 하루 앞둔 15일 "아일랜드는 구제금융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유로존 내에서 재정과 은행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을 회원국들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재정을 위한 구제금융 수용은 재차 부인하면서도 아일랜드 은행권 지원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는 지난 2008년 이후 앵글로아이리시은행(AIB)을 비롯해 은행 섹터를 살리기 위해 340억 유로를 쏟아 부었으나 은행부실 누적으로 앞으로도 120억 유로가 더 필요하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수용 불가피론이 확산되면서 그 동안 치솟던 5년물 아일랜드 국채의 CDS프리미엄은은 일단 다소 떨어졌고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하락하는 등 아일랜드발 위기의 공포는 누그러지는 듯 했다. 하지만 포르투갈과 그리스에서 또 다른 문제가 터져 나왔다. 페르난도 산토스 포르투갈 재무장관은 "시장 관점에서 볼 때 포르투갈이 국제 사회에 도움을 청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포르투갈 역시 재정위기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현재 직면한 위험은 한 나라(아일랜드) 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일랜드와 그리스, 포르투갈의 문제"라며 "포르투갈이 유로존에 속하지 않았다면 위험도는 지금보다 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의 CDS 프리미엄은 아일랜드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지 그리스는 유럽과 국제통화기금(IMF)로 부터 받은 구제금융 상환을 늦춰줄 것을 타진하고 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채무 상환 기간 연장이 필요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지난 4월 유럽과 IMF으로 부터 1,100억 유로를 지원받았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은 조건으로 3년 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대로 축소하기로 했지만 이를 달성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리스가 구제금융 상환 연기론을 들먹이는 것은 긴축정책으로 경제가 더 어려워져 채무상환이 쉽지 않기 때문. 이날 공개된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그리스의 국가 부채 규모는 지난 2008년 GDP(국내총생산)의 115%에서 지난 해 127%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144%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스페인이다. 유로존은 재정 위기에 대한 도미노 공포감이 아일랜드ㆍ포르투갈ㆍ그리스를 넘어 스페인까지 전염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스페인의 경제 규모는 그리스ㆍ포르투갈ㆍ아일랜드를 모두 합한 것보다 크며 현재 스페인 국채에 대한 외국 은행의 노출 규모는 8,500억 유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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