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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6월 8일] 상생(相生)이 강하다

김동수(수출입은행장)

‘최근 글로벌 패러다임은 개별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 생태계 간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업 생태계론을 정립한 하버드대 이안시티 교수가 던진 화두다. 기업 생태계란 상품의 설계ㆍ제조ㆍ판매까지 이어지는 기업 경영의 협력 네트워크로서 이 협력 네트워크가 경쟁의 승패를 가름하는 성과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 유지가 필수적이라 한다. 기업 생태계는 소속된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자적 상생협력이 살아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할 수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2007년 생산량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판매량에서도 78년 동안 지켜온 제너럴모터스(GM)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대신 제품 설계에서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협력업체를 참여시키고 원가절감 이익을 함께 나눴다. 협력업체들은 최고의 품질을 갖춘 부품 공급으로 화답해 오늘날 ‘도요타 신화’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지닌 경쟁 우위의 원천에는 항상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지혜가 존재한다. 경영의 중심이 기업에서 기업 생태계로 전환되면서 기업은 자기가 속한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성과를 관리하며 생태계 역량을 통합할 수 있어야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생협력을 통해 대ㆍ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한해 10대 그룹이 지출한 상생협력 예산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들은 기존 하도급 형태의 수직적 협력구조를 넘어 협력업체들과의 성과공유, 전략적 파트너십 제휴 등 수평적 협력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이 서로 간의 인식 차이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정부ㆍ대기업ㆍ중소기업의 역할 분담을 통한 삼위일체식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정부는 공정거래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 대ㆍ중소기업 간 상호보완적 협력을 위한 유인체계 제공 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공정한 비율로 성과를 공유하고 상호 대등한 동반자 관계를 선도하려는 전향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물론 중소기업도 원천 기술력을 확보해 대기업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가 물을 떠나서는 그 공을 이룰 수 없다(舟不能離水而成其功)’는 중국 역사상 최고 번영기를 누린 청나라 건륭제의 국가경영 철학이다. 작금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물과 배의 관계로서 상생을 통해 성장하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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