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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LO총회 방해하는 양대 노총

집안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거나 분란이 생기면 남들이 알 까봐 쉬쉬하며 감추는 게 인지 상정이다. 어쩌다 남들이 알면 일단 다툼을 중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게 상식이다. 집안싸움은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집안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노동계는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는 모양이다. 국내 양대 노총인 한국ㆍ민주노총이 정부 노동정책에 항의하면서 10월 부산에서 열릴 국제노동기구(ILO) 아ㆍ태지역총회에 불참을 선언하자 ILO측이 사무총장 명의로 한국 노동계를 비난하는 서한을 보냈다. ILO는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설치한 국제연합의 전문기구로 우리나라는 지난 1990년에 가입했다. ILO는 우리나라가 회원국이 되기 이전에도 열악한 우리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했었다. 그런 ILO가 한국의 양대노총을 비난했다. 우리의 노동운동이 도를 넘은 것으로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친 것은 물론 국가신뢰도에도 흠집이 가게 됐다. 이번 ILO 아ㆍ태총회는 세계 70여개국의 국가원수와 각료, 노동계 대표들이 만나 ‘양질의 일자리창출’을 논의하기로 한 자리다. 만일 양대노총이 회의불참을 고집할 경우 부산대회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ILO는 양대노총이 계속 반대할 경우 회의개최 시기를 연기하고 장소를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1910년 ILO가 출범한 이후 처음 총회연기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이미 개최하기로 합의된 국제회의 개최에 대해 국내문제를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국가이익을 위해서나 생산적인 노동운동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더구나 부산 대회개최는 이미 지난해 6월 노사정 공동합의로 양대노총 역시 아무런 이의 없이 수용한 것이다. 한국ㆍ민주노총은 노조간부의 리베이트 수수, 산하 노조의 취업장사 등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아직도 곱지 않은 점을 인식해야 한다. ILO총회가 부산에서 열리지 않을 경우 받게 될 국제사회의 비난과 국민들의 불신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지않아도 강성이란 인상을 받고 있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이번 사태로 노동후진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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