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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칼럼] 독도 기점 EEZ 선포 시급하다

이달 중 한일 외무장관이 만나 논의할 동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과 그 핵심 쟁점이 될 독도 문제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본은 과거 100여년 동안 계속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생떼를 써오고 있음은 물론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독도를 기점으로 EEZ를 설정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독도와 관련된 일본의 잦은 도발행위는 따지고 보면 우리가 그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 94년 11월 국제연합(UN)해양법이 채택된 후 우리 정부가 독도 대신 울릉도 기점 EEZ 선포를 제안한 점과 98년 신한일어업협정 체결시 엄연한 우리 영토인 독도를 중간수역에 포함시키는 통한의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이는 독도를 기점으로 자기들 EEZ를 선포하겠다고 한 일본의 주장을 우리 스스로가 인정해준 것으로밖에 달리 설명의 여지가 없다. 일본은 1905년 대한제국 말기 나라가 쓰러져갈 무렵 악랄하게도 독도를 시마네현에 불법으로 편입시켰고, 6ㆍ25동란을 틈타 한때 독도를 강제 점거하기도 했으며, 98년 우리가 IMF 위기로 어려울 때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독도를 중간수역에 포함하도록 하는 책략을 성공시켰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독도를 포함해 확고한 EEZ 선포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관철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독도를 일본과의 공동관리수역에 포함시킨 신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해 일본의 독도에 대한 미련을 봉쇄하고 독도를 우리의 EEZ 기점으로 선포해야 한다. 독도의 EEZ 기점 사용에 대해 극히 일부 해양법학자들이 독도의 섬으로서의 구성요건 미비 및 국익상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분명한 섬인 독도를 섬이 아닌 단순한 암석(또는 암초)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해에서의 독도기점 주장으로 제주도 남쪽해역에서 우리 수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견해는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독도는 UN해양법(제121조)이 정한 섬의 요건을 다 갖추고 있다. 22만㎡의 면적을 가진 섬으로서 초목이 자라고 주거공간은 물론 주변에 풍부한 수산자원이 있어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구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50여년간 우리 경비대와 일부 어민들이 상주해왔고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1리에 속하는 우리 국토의 일부인 엄연한 유인도이다. 많은 연안국들은 흙 한줌, 물 한방울 안 나오는 열악한 암초(산호초)들을 EEZ 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오끼노도리’, 중국의 ‘마카이헹’, 미국의 ‘존스턴아톨’ 등이 좋은 예다. 4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독도를 우리의 EEZ 기점으로 공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독도 기점 사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독도를 기점으로 EEZ를 선포할 경우 독도의 주권수호는 물론 남한 면적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약 7만㎢의 바다를 더 얻게 될 뿐 아니라 일본의 계속되는 도발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최선의 처방이 될 것이다. 17세기 말 안용복은 울릉도와 우도(독도)에 출몰하는 왜인들을 몰아내고 숙종 22년 일본으로 건너가 항의한 끝에 당시 일본 정부로부터 다시는 울릉도와 독도를 침범하지 않겠다는 공식 약속을 받아낸 적이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52년 6ㆍ25동란 와중에도 당시 수산당국이 어업자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어업관할수역안’에 독도를 포함시키도록 지시해 ‘인접해양에 대한 주권에 관한 대통령선언(평화선)’을 국내외에 선포했다. “일본인들은 원래 악착같고 염치가 없는 민족이니 이러한 방법(평화선 선포)을 써야 한다”며 UN해양법이 발효되기 40여년 전에 이미 오늘의 EEZ에 해당하는 평화선(해양주권)을 선포했던 이 대통령의 선견지명과 용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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