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자들이 증시에 이어 빌딩 매각 추진 등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도 발을 빼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수년간 상승세였던 서울 도심의 상업용 빌딩마저 침체기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자들은 유동성 위기를 피하거나 펀드ㆍ리츠 청산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서울 등 수도권에 갖고 있는 상업용 빌딩을 매물로 내놓고 있지만 시장 침체에 따라 원매자와의 협상에서 애를 먹고 있다. 부동산투자회사(리츠)인 맥쿼리센트럴은 올해 말 청산을 앞두고 최근 국민연금에 서울 중구 충무로 극동빌딩을 3,250억원에 매각하기로 우선협상대상자 계약을 맺었으나 끝내 무산됐다. 당초 이 빌딩의 매각 가격은 4,0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20% 가까이 낮은 가격에도 팔리지 않은 것이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상업용 빌딩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취득 시점을 늦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는 지난 2004년 660억원대에 매입했던 동대문 라모도쇼핑몰을 최근 1,000억원에 매물로 내놓았으나 매수 희망자가 거의 없어 가격 인하에 나섰다. 빌딩중개회사인 J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회사에서 사야 하는데 최근 시장 분위기상 살 데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리먼 측은 또 2005년 990억원대에 매입한 명동타워(올 여름 상가와 오피스 리모델링 완료)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강남구청역 옆 옛 나산백화점 용지개발사업과 안산시 사동 복합개발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던 계획도 재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동성으로 애로를 겪는 GE캐피털 계열 GERE는 강남의 N빌딩과 T빌딩, 분당 C빌딩을 매물로 내놓았으나 매수 희망자가 별로 없어 속을 끓이고 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팔린 메릴린치는 외환위기 당시 취득했던 SK 서린동 빌딩을 내년 펀드 만기를 앞두고 SK 측에 되팔기 위해 협의를 벌이기로 했으나 당초 목표가만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밖에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펀드가 보유한 강남의 S빌딩도 최근 기관을 대상으로 인수의향서(LOI)를 받았으나 유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빌딩 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뒷받침되지 않아 빌딩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또한 빌딩을 소유한 임대용 부동산펀드와 리츠가 청산시점에 맞춰 빌딩을 되팔더라도 당장 재투자에는 머뭇거릴 것으로 보이는 점도 빌딩가격 하락세를 점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종우 저스트알 차장은 “상업용 빌딩의 하락 시기를 2011~2013년으로 봤는데 금융위 때문에 좀 일찍 오는 것 같다”며 “당장 테헤란로나 광화문 등 특급 지역은 사정이 좀 낫지만 이외 지역에서는 하락 조짐이 완연히 눈에 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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