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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억류자 석방 카드로 한반도 정세의 판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이달 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 데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까지 불러들임으로써 한미 양쪽 모두에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북측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 이어 현 회장과의 만남에서도 억류자 석방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지난 4월5일 로켓 발사에 이어 5월15일 핵실험까지 강행하며 한반도를 극한 위기상황으로 몰고 간 북한이 세 달여 만에 180도 변한 듯한 모습이다. ◇북, 대남ㆍ대미 유화책의 속셈은= 북한의 태도 변화는 6월13일 유엔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1874호를 채택한 후 본격적으로 감지됐다. 우선 핵실험 이후 잇따랐던 북한의 중ㆍ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은 7월4일 7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끝으로 잦아들었다. 대미 공세 수위도 6월 말을 꼭짓점으로 크게 줄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은 이달 들어 클린턴 전 대통령과 현 회장의 평양 초청으로 절정을 이뤘다. 우리 정부에 대한 북한의 비방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발표된 6월 454건으로 최고조에 달했지만 7월에는 전달의 60% 수준으로 급감했고 이달 들어서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대미ㆍ대남 구애 공세는 핵실험 이후 벌어진 국면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을 타개하려는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2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예봉이 더욱 날카로워지면서 대량살상무기(WMD)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확실한 달러 창구가 막힌 것도 타격이다. 북한으로서는 후계구도를 조기에 정착시키려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일 등을 계기로 대규모 행사를 잇따라 열어 체제 내부 단속을 강화해야 하고 여기에는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반도 정세 변화할까=북측의 유화 신호로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물론 남북 대치 국면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북핵을 둘러싼 외교가의 최근 흐름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변화의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은 북한의 여기자 석방 이후에도 대북제재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이후에도 미국 국무부는 여기자 문제와 북핵 이슈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11일(현지시간) 북한의 조선광선은행(KKBC)을 금융제재 대상기업으로 추가로 지정한 것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의 대북제재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억류된 유씨의 석방을 남북관계의 큰 진전으로 보면서도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면 추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억류자 석방은 인도적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며 기관 고장으로 북측에 넘어간 800연안호 선원들도 모두 석방돼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기류는 여전히 남북관계 진전과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이슈는 북한의 명백한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쪽에 있다.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를 미국으로부터 보고 받은 결과 북한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와 미국의 결론”이라며 “북한이 분명하게 핵 포기를 선언하고 6자회담에 다시 나오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한미 간 대북압박 정책 기조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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