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 샌드위치 제국을 건설한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큰 샌드위치 전문 체인망 ‘레니스(Lenny’s)’를 운영하는 주세훈(42) 레니스그룹 대표의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레니스는 지난 89년 센트럴파크 인근 84가 콜럼버스 애버뉴의 15평짜리 작은 가게에서 출발해 현재 관광명소인 록펠러센터ㆍ뉴욕증권거래소(NYSE)ㆍ첼시 등 세계에서 가장 비싸기로 소문난 맨해튼 주요 지역에 7개의 직영점을 갖췄다. 이제 맨해튼에서는 레니스가 삶의 한 부분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월가 금융맨들은 레니스의 햄에그 샌드위치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배달된 레니스 샌드위치를 즐기며 고액투자자 및 펀드매니저ㆍ애널리스트들과 상담을 한다. JP모건ㆍ도이치뱅크 등 월가 금융회사 170여 군데는 아예 직원들의 레니스 점심식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레니스 매장은 뉴요커뿐 아니라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장사진을 이룬다. 톰 크루즈, 데미 무어 등 내로라 하는 할리우드 스타들도 레니스의 샌드위치 맛과 분위기에 반한 단골이다. 주5일 근무가 일반적인 미국에서 레니스가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연중 가게 문을 여는 이유다. 레니스그룹의 매출은 이들 7개 직영 샌드위치점에서 연간 2,000만달러(약 192억원)를 비롯해 스테이크 하우스, 그릴 앤 바 등을 합해 4,000만달러가 넘는다. 프랑스ㆍ이탈리아ㆍ멕시코ㆍ중국ㆍ일본 등 세계 각국의 먹거리가 즐비한 맨해튼 외식 업계에서 샌드위치 제국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레니스의 성공요인은 철저한 품질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 레니스 샌드위치 값은 7~8달러로 미국의 대표적인 샌드위치 브랜드인 서브웨이ㆍ퀴즈노즈 샌드위치(5~6달러)보다 비싸다. 주 대표는 “제살깎기 식의 가격경쟁으로는 남들을 따돌릴 수 없으며 철저하게 품질로 승부를 내야 한다”며 “전통적인 이탈리안 델리 스타일에 고객이 주문한 샌드위치가 조리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일본식 스시바 개념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도 레니스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주 대표는 “240여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는 레니스에서 한국 사람이라고 혜택을 입는 일은 없다”면서 “국적에 상관없이 능력만 있다면 점장ㆍ지역장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다”고 말했다. 코드 인사는 발 붙일 곳이 없다는 얘기다. 요즘 주 대표는 83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건너와 낮에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채소 운반, 생선가게 점원, 택시운전 등 고단한 생활을 하던 시절을 되새기고 있다. 레니스의 제2도약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레니스를 전국적인 브랜드로 키우고 오는 2011년까지 맨해튼에 25개 직영점을 낼 계획이다. 주 대표는 “아직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쉴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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