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21일 이상득(SD)국회 부의장 용퇴요구는 여권의 잠재적인 ‘뇌관’을 건드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데다 강재섭 대표 등과 함께 당내 최다선(5선)인 이 부의장의 거취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 공천을 받은 3선의 중진으로 당내 소장파의 리더역할을 해온 남 의원이 SD를 겨냥한 점이 심상치 않다.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소장파의 집단요구로 확대될 경우 사태를 걷잡을 수 없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가까운 친박계로서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을 제외하고 총선 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 가운데 SD 불출마를 공개 거론하기는 남 의원이 처음이다. 이 부의장측은 용퇴요구를 일축하고 있지만 이번 남 의원의 공식 제기로 받은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권내의 역학관계 변화가 예상되며 이에 따른 여권의 파워게임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가족ㆍ공천 실세 동시 겨냥= 한나라당은 당초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은 물론 개헌선(200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국 245개 지역구 후보자가 정해지자 박근혜 전 대표계가 대거 탈당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150석)도 차지하지 못할 것이란 ‘위기론’마저 불거진 상태다. 남 의원의 요구는 공천 문제로 야기되는 총선 악재를 이 부의장 사퇴라는 상징적 조치로 털어내자는 것이다. 이 부의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이자 당내 공천 실세로 통해 그의 용퇴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남 의원은 “동생이 대통령이 됐는데 형님이 국회에 들어간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선 악재중 하나로 꼽히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난맥상에 대한 비난여론 차단의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세중의 실세로 알려진 이 부의장에 대해선 그동안 각종 인사개입설이 끊이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이 부의장이 이방호 사무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형태로 이번 공천의 한 축을 주도했다는 시각이 무성해 남 의원이 이들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부의장은 이번 총선 공천자 가운데 당내 최고령(70세) 최다선(5선)이다. 당 공천배제의 주요 기준인 ‘고령 다선’에서 유일하게 비켜났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큰 기여를 한 박희태 전 부의장과 김덕룡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형님 공천’이란 비판도 여기서 나온다. 남 의원은 “물갈이를 요구하는 폭풍 같은 민심의 에너지를 이용해 정치적 사리사욕을 채운 사람들이 있다”며 “공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이 부의장이 결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소장파로 개혁이미지가 강한 남 의원이 총대를 메고 경복고 선배로서 공천에서 탈락한 김덕룡ㆍ맹형규 의원의 공천불만을 대신 표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한편으론 남 의원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과거행보를 따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흘러나온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퇴진을 촉구한 뒤 일약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용퇴 요구 확산 가능성= 이 부의장은 전날 남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 부의장이 남 의원의 요구를 거부하고 출마를 강행할 경우 이를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부의장의 용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당 안팎에서 확산돼 쟁점화할 경우 이 부의장이 받는 압박도 상당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박 전 대표와 가까운 김용갑 의원이 성명을 내고 “다선 고령을 공천 배제한다면서 이 대통령 형님만 공천할 수 있느냐”며 “그러면서 개혁 공천이라고 외쳐대니 국민들이 믿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부의장 용퇴 문제가 칩거 중인 박 전 대표에 대한 설득 내지 총선 지원요청 문제와 맞물릴 경우 당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 의원의 ‘이상득 용퇴론’에 대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지만, 지금까지 뭘 하다가 공천이 다 끝난 시점에 나타나느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