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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9월 17일] 고강도 선제대응으로 금융위기 막아야

미국 월가를 진원지로 한 금융위기의 폭풍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하고 3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부동산 부실을 감당하지 못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된데다 미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마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긴급자금을 요청하는 사태를 맞아 국내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유독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16일 한국증시는 일본 도쿄증시나 홍콩증시보다 낙폭이 더 컸고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 카’까지 발동됐다. 더욱이 미국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폭락한 것은 달러화가 아니라 원화였다. 그만큼 한국 금융시장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다른 통화들과 달리 원ㆍ달러 환율이 폭등한 것은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매도로 발생하는 달러수요 증가에 따른 환율상승 압력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금융당국이 시장안정을 위해 즉각 움직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300억유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63억유로, 뉴욕 연방은행도 700억달러의 유동성 공급대책을 마련했다. 중국이 금리인하를 발표해 긴축정책 폐기를 공식 선언한 것도 세계경제 침체라는 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태도다. 우리 정부 당국도 기업들이 흑자 도산하는 등 금융불안의 불똥이 엉뚱하게 튀지 않도록 면밀한 모니터링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단기충격은 불가피하지만 금융 시스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또한 이번 사태가 미국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을 제거한 셈이므로 도리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세계시장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환율상승에 따를 물가상승 압력도 만만치 않아 경기 쪽 충격이 금융 쪽으로 전이되는 위험성에 대비하는 치밀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가계부채 규모가 급증하고 대출금리도 오르는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충격이 국내 경기 악화와 맞물리면 외환위기와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외환관리와 선제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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