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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1일] 일본의 변화와 엔고의 파장

일본은 변화를 택했다. 권위에 대한 순종과 안정 추구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들도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54년 만에 정권교체라니 차라리 ‘독재 종식’이란 표현이 어울릴 듯 싶다. 뭐 하나 잘 되는 것 없어 보이는 답답한 현실을 바꾼다는 데 싫어할 이유는 없다. 관건은 그 변화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느냐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민주당이 표방하고 있는 환율 정책의 변화 방향을 따져보는 것도 의미 있다. 유독 환율 정책이 눈에 띠는 것은 민주당이 엔고를 적극 지지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격변기에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달러화 패권에 안주하지 않을 것임을 공공연히 밝혔다. 일본의 경제력과 리더십에 합당한 통화 정책을 구사할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그럼 엔고가 불러올 변화를 생각해 보자. 엔고는 일본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여 준다. 특히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들은 자국 통화 강세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동차 등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엔고가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달갑지 않다. 일본의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15%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엔고의 기회비용이 적지 않은 것이다. 즉 엔고는 제조업보다는 금융업 등 서비스 산업에, 달리 표현하면 수출보다는 내수와 투자 수익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일본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흔히 말하는 데, 통화 정책 하나를 놓고 봐도 이런 진단은 상당히 설득력을 갖는다. 또 하나 눈 여겨 봐야 할 포인트는 미국과의 관계다. 민주당의 공약대로면 일본은 달러화에 지나치게 쏠려있는 보유 외환을 다양화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미 국채의 매입 규모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여기에다 원자재 가격에 미치는 일본의 영향력도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일본의 독자 행보가 가시화될수록 글로벌 경제는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국내 수출 기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넘어 다양한 각도의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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