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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9월 2일] 벼랑 끝에 선 중소기업들
입력2008-09-01 16:47:23
수정
2008.09.01 16:47:23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중소기업 3,000여개의 퇴출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정책을 발표했다. 자생력 있는 기업은 중소기업 범위를 떠나 스스로 성장하게 만들고 될 만한 중소기업 중심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펼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침체, 환율 급등, 원자재값 인상, 고유가 등 첩첩악재로 둘러싸여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먼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고 물건은 덜 팔리면서 문을 닫는 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가동률을 보더라도 2개월째 60%대에 불과하다. 정상가동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최근 들어 은행들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중소기업들은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도 은행에서 몇 억원을 빌리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투자는커녕 운영자금도 마련하기 어려워 하루 하루 지내기가 지뢰밭을 걷는 심정입니다. 매달 월급날만 되면 입이 쩍쩍 마른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날 때도 없지요.” 한 중소기업 사장의 하소연이다. 여기에 시중에 떠도는 ‘9월 대란설’은 중소기업인들을 부도에 대한 공포로 내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환헤지 보험 키코(KIKO) 문제는 아직 진행형이다. 지난번 정부의 개입으로 환율이 급등할 때 한 달에 수억원씩 그냥 앉아서 손해를 보는 중소기업이 속출했다. 최근 환율이 다시 급등세로 돌변하면서 또 한번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기존 상품을 재설계해 새로 가입한 기업들마저 이번 환율 급등으로 회사 존폐를 위협할 정도의 손해를 입고 있다.
이들은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거래대금 결제의 유보 또는 거래대금만큼의 대출 전환 등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한 중소업체 사장은 “은행 측에 KIKO 손실을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부동산 담보 여력조차 없어 영업할 의욕도 없고 폐업까지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한다.
중소기업들의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나 사업조정제도도 여전히 답보상태다.
최근 야당 주도로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를 연동하도록 하는 내용의 하도급거래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가격형성에 개입할 경우 시장경제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줄곧 반대하고 있다. 대신 대기업과 협의해 납품단가에 원자재값 인상분을 반영하는 조정협의 의무제를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완전히 폐지됨에 따라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제어하는 유일한 제도인 사업조정제도도 유명무실하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사업참여를 2년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인들은 2년으로는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우기에 부족하고 최소 5년 이상으로 유예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 폐지가 정부방침으로 정해지면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땅뺏기는 더욱 노골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중소기업 문제가 무엇인지 외울 정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국가경쟁력강화회의 자리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조금 과감하게 해나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인들은 이제 대통령의 말이나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주변 경제상황이 좋을 때는 중소기업들은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면 잘나가는 기업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요즘 환율로 보면 매달 KIKO 손실금 5억원 이상을 은행에 내야 합니다. 우리 회사 순익을 5%로 봤을 때 월 매출을 100억원은 올려야 합니다.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중소기업들이 다 죽고 종업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정부ㆍ금융당국ㆍ은행에서 대안을 내야 합니다.” 너무 답답하다면서 기자에게 보내온 한 반도체 설비업체 사장의 메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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