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여파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금융권의 손실 규모가 알려질 때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바쁘다. 부동산 가격 추락과 소비 침체 등으로 미국 경기는 급속히 가라앉을 것이고 그 결과 유럽과 아시아 등 전세계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울한 관측도 줄지어 제기된다. 지난해 초부터 경기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 역시 미국발 한랭전선 때문에 경기가 다시금 냉각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조정능력과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 여건의 다양한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의 앞날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우선 미국을 진원지로 한 세계 금융불안 양상이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재 예상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 주택 가격이 급락해 금융부실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미국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세계적인 금융경색 현상이 발생, 세계 전체가 경기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물론 복잡하게 얽힌 파생상품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파장이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미칠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그래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조정능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미국이 파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경기활성화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면 파국은 피해갈 것이다. 파생상품을 무분별하게 양산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세계적인 투자은행들도 점차 해결책을 찾아가리라 본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서 미국의 파급력이 여전히 건재하다 해도 세계 경제의 다극화 추세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대미 수출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중국을 비롯한 세계 신흥국가들은 성장세가 높아지면서 내수를 기반으로 한 자생력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대미수출 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점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중국ㆍ인도ㆍ중동 등 고대문명 발원지 국가들의 부상은 세계 경제권의 위대한 순환(great circle)이라는 예측마저 낳고 있다. 미국의 성장세가 비록 약해진다 해도 이제는 세계 경제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보완해줄 수 있는 여력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국내 경제 여건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키는 부정적 요인임에 틀림없으나 긍정적 여건 변화를 유도하는 측면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국내 금리의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책금리 인하 추세가 확산되면 국내 금리정책의 유연성도 그만큼 확대된다. 원화 환율 역시 감당하기 힘든 절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부실 위험에 직면한 투자사들이 신흥시장으로부터 자금을 환수하면 주가는 비록 떨어지나 원화 환율은 오히려 절하 요인이 커지게 된다. 더욱이 원ㆍ엔 환율 여건이 크게 개선돼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과 채산성 향상의 기대도 가져볼 수 있다. 미국 정책금리가 낮아져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축소되면 양국 간 금리 차를 토대로 발생한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돼 엔ㆍ달러 환율이 원ㆍ달러보다 절상 압력을 더 크게 받는 까닭이다. 국제유가 또한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 하락세로 반전된다. 지난 몇 해 동안 한국 경제의 특징은 세계 경기의 호황 속에서도 내수 부진으로 세계 평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점이다. 이제는 내수 활성화를 통해 세계 경기침체를 극복해야 하는 환경에 처했다. 소비와 투자심리를 고양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정책을 제시해 세계 경제 조정기를 슬기롭게 대응하는 것이 지금 정책 당국이 당면한 제1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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