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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인터뷰] <1> 조지프 스티글리츠 美컬럼비아大 교수

"한국 금융개방때 美제도 모방은 위험"<br>美스태그플레이션 여부 올 세계경제 최대 화두<br>'샌드위치 위기론'에 한국인들 반응 지나쳐<br>"이명박 정부, 질적 성장·환경·글로벌화에 힘써야"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65)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올해 세계 경제의 화두는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지 여부”라며 “미국의 경기침체와 에너지와 식료품발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는 2월 출범하는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해 ▦질적인 성장 ▦환경을 감안한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 추구 ▦글로벌화에 대한 대처 등 3가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금융시장 개방에 앞서 미국의 금융제도와 관행에 대해 충분히 숙지해야 하고 미국식 자본주의를 흉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뉴욕 맨해튼 서쪽 허드슨 강이 내려다 보이는 그의 아파트에서 스티글리츠 교수를 만났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많은데요. ▦‘상당한’ 정도로 경기가 하강할 것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3~3.5%인데 내년 미 경제성장률은 적어도 1.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2% 정도의 갭이 발생하는 셈이지요.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지만 경착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마이너스 성장도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한 분기에 어느 정도까지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경기하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가 더 중요한 관심사일 것입니다. -지구촌을 흔들고 있는 신용경색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지요. ▦누구든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주택가격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이로 인해 경제둔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신의 소득에 비해 지나친 빚을 냈고 금융당국도 이를 방관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2가지 측면에서 실수를 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세금감면을 지지한 게 첫번째고, 둘째는 저금리 기조로 과잉유동성을 초래한 점입니다. 미국은 2001년 이후 경기둔화 압력에 직면했는데 당시의 경제 문제를 미래로 떠넘겼습니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지요.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조절하는 것은 이런 위험성이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과거엔 금융위기가 개도국에서 발생했는데 요즘 선진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개도국의 금융위기는 단순하고 치유도 비교적 손쉬웠습니다. 그러나 선진국발 위기는 사전에 대처하기도 어렵고, 처방도 어렵고, 충격의 범위도 휠씬 넓습니다. 세계 경제가 하나로 연결된 세계화(globlalization)가 가져온 부작용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머징마켓이 엉뚱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부실 덩어리가 너무 쉽게 국경을 넘어 세계 도처에 팔렸습니다. 미국의 문제가 다른 나라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 경제의 키워드를 꼽는다면요.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 2가지를 들 수 있지요. 미국 경제의 둔화와 중동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의 고공 비행입니다. 키워드를 꼽는다면 미 경제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지 여부입니다. 최근 인플레 양상은 과거와 사뭇 다릅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선진국보다는 개도국에서 인플레 압력이 더 심한데 개도국의 인플레가 선진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조류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식품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이 선진국으로 가는 수출화물선에 고스란히 실립니다. -2월에 출범하는 한국의 새 정부에 정책 조언을 해주시지요. ▦한국은 지난 40년간 세계 경제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왔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리스크의 다변화와 체질 개선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수출 주도 경제에서 내수 지원형 경제구조로 바뀐 점도 높이 평가됩니다. 앞으로는 3가지 측면을 감안해야 합니다. 첫째, 삶의 질을 높이는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합니다. 둘째는 환경 문제입니다. 앞으로 환경을 감안한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을 창조해야 합니다. 셋째는 글로벌화에 대한 대처입니다. 글로벌화는 긍정ㆍ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있는 ‘양날의 칼’입니다. 글로벌화가 가져오는 외부 충격과 급격한 변동성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와 감독규정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공약하는 7% 성장이 인플레 없이 가능할까요. ▦물가상승 부작용 없이 성장하려면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결정하는 요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자원과 인구ㆍ자본 등 내부 자원을 증가시키는 것과 둘째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범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저축률은 몇 년 전에 정점을 찍고 떨어지고 있는데 이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생산성도 좀 더 높여야 합니다. 인위적 경기부양에 따른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수요 측면이 아닌 공급 측면에 초점을 둬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중국과 선진국에 끼여 있는 ‘샌드위치 위기’ 극복 방안이 있는지요. ▦한국인들은 이 문제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샌드위치 위기론에 빠질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제조업이 위기라고 하지만 철강산업은 미국보다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격차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선진국과의 지식격차를 축소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지식의 자유로운 이동은 글로벌화의 긍정적 측면입니다. 지식경제 육성에 매진하기 바랍니다. -달러 약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는지요.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경제상황과 이자율ㆍ경상수지 등인데 미국은 어느 하나 좋은 것이 없습니다. 달러 약세는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각국 중앙은행들은 달러가 없으면 국가를 지탱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아닙니다. 달러는 그저 여러 외환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달러패권주의는 이제 끝나가고 있어요. 달러 대신 유로화 등 다른 외환 보유를 선호하고 있고 달러 결제비중은 점점 더 줄어들 것입니다. -만약 미국에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강달러 정책기조로 전환되지 않을까요. ▦미 재무부가 외환을 조작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구두로 개입할 뿐입니다. 그런데 달러패권시대에서는 구두개입이 상당히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 재무부는 강달러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하지만 시장의 영향은 미미합니다. 구두개입만으로 환율을 결정하는 펀더멘털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 동안 부시 행정부와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미 경제를 매우 잘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이런 손상을 하루아침에 되돌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 스티글리츠는 누구
27세때 예일대 교수… 노벨 경제학상 수상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3년 후 27세의 나이에 예일대 정교수에 임용됐다. 35세에 미국 경제학회가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상'을 받았으며 지난 2001년에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세계은행(IBRD) 부총재 시절 한국 등 외환위기가 발생한 아시아 국가에 대한 긴축 및 고금리 처방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2002년 펴낸 '세계화와 그 불만'과 '모두에게 공정한 교역'(2005년) '세계화가 성공하는 길'(2006년) 등이 있다. ▦1943년 미국 인디애나주 출생 ▦1967년 MIT 경제학 박사 ▦1988년 스탠퍼드 석좌교수 ▦1993~1997년 백악관경제자문위원 및 위원장 ▦1997~1999년 세계은행 부총재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2001년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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