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계의 긴급건의 최대한 받아들여야

전경련ㆍ대한상의ㆍ경총ㆍ무협ㆍ기협중앙회 등 경제5단체 부회장단이 어제 긴급모임을 갖고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했다. 또 비정규직법ㆍ노인수발보장법ㆍ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 등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노동 및 복지관련법 제정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경제5단체가 긴급하게 건의를 한 것은 상황의 다급성을 말해준다. 또 재계의 지적은 충분한 타당성을 지닌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이 같은 건의에 귀를 기울여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은 대한항공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산업, 더 나아가 국가경제의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들의 불편도 그렇지만 수출 주력품인 반도체ㆍ휴대폰 등 제조업은 물론이고 화물운송ㆍ관광 등 산업전반에 연쇄피해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이 많아 시간이 갈수록 운항률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항공운송 시장 점유율이 큰 대한항공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그 피해는 지난 여름 아시아나 파업 때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고 이는 경기회복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재경부ㆍ건교부와 여당은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노동부는 노사자율 협상에 의한 해결이 우선이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우물쭈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더 나아가 차제에 항공운송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항공운송이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난데도 조종사노조 파업이 거의 해마다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5단체의 비정규직 법안 등 고용ㆍ복지관련 법안의 신중한 처리 주문도 재계가 늘 하는 소리로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복지확대와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한 과제인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러나 기업에 일방적 부담을 주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기업의 감당범위를 넘어서는 과다한 비용부담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제를 어렵게 만들어 사회적 약자 보호를 오히려 힘들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