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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유럽헤지펀드 규제 강화… 英금융가 "反시장적" 불만 고조

차입 제한·마케팅 허가제·자기자본 규제안등 논란<br>"투자자보호 보다 탄압에 초점… 경쟁력 떨어질수도" 비판<br>대규모 자금 이탈 우려속 "떠날 가능성 낮다" 지적도



영국판 월스트리트인 '카나리 워프(Canary Wharf)'는 요즘 붉그락푸르락하다. 발단은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위원회(EC)의 헤지펀드 및 사모투자펀드(PEF) 규제안. EC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금융개혁 초안을 발표했는데, 은행의 자기자본 강화,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제, 유럽위원회(EU) 차원의 중앙감독기구 설립 등 외에도 헤지펀드 등에 대한 규제안이 포함되면서 '독일과 프랑스는 영국 금융가를 말려죽일 셈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 유럽 헤지펀드의 4분의 3이 영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금융인들은 EC의 헤지펀드 규제안을 "문제 인식부터가 틀렸으며 반(反)시장적"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로드 마이너스 영국 금융장관까지 나서 "헤지펀드를 잘 모르는 국가들 위주로 섣불리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이너스 장관은 또 "영국은 이번 규제안과 싸울 것이며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이 로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특히 크게 반발이 일기는 했지만, 유럽 각국의 금융인들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EC의 헤지펀드 규제안은 구체적으로 ▦차입 제한 ▦마케팅 허가제 ▦자기자본 규제 강화 ▦경영정보 공시 ▦비(非)유로권 헤지펀드 규제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보 공개의 경우 정부에만 통보되는 데다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시행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논란이 없다. 그러나 차입 제한과 자기자본 규제 강화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유럽 헤지펀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거나 아예 해외로 쫓아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차입 제한에 대한 세부 조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기자본의 경우 이전까지 펀드 임직원의 임금 총액만큼만 보유하면 됐던 데서 전체 운용규모의 0.2%를 은행에 예치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산운용사 퍼시픽 얼터너티브 어셋의 스티븐 옥슬리 유럽지사 전무는 "아예 규제를 말라는 게 아니라 보다 섬세하게 규제하라는 것"이라며 "EC의 규제안은 투자자 보호보다 헤지펀드업계 탄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마케팅 허가제는 헤지펀드들에게 '저주'나 다름없다. 시장은 시시각각 변동하는데, 투자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미리 정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도태되라는 이야기와 같다. 미국 로펌인 폴 헤이스팅스의 탐 오라이어던 고문은 "규제사항이 많을수록 헤지펀드들은 투자 기회를 놓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비유로권 헤지펀드 규제안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규제안에 따르면 EU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안을 갖추지 못한 나라의 헤지펀드 및 PEF는 EU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없다. 또 해외 헤지펀드가 EU 회원국의 헤지펀드와 손잡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 내용대로라면 조세피난처나 미국에 근거지를 둔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이 EU 시장에서 손을 떼야 하기 때문에, 보호주의적 정책으로 미국의 보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투자자들의 선택지도 좁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EU의 헤지펀드와 PEF들이 대거 '엑소더스(대이동)'를 택하지는 않을까.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브레번 하워드의 앨런 하워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영국 금융감독청(FSA)에 경고했다. "220억달러(약 28조5,000억원)의 자산을 가지고 눈깜짝할 사이에 영국을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협박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만일 이들이 정말로 EU를 벗어날 경우 유력한 목적지로는 아직 EU에 가입하지 않은 스위스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로 자신들의 근거지를 버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비유로권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안 때문에 옮길 곳도 마땅치 않은 데다, 어차피 대기업들이 아닌 이상 해외 이전의 리스크까지 감수할 필요는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스위스는 음식점도 저녁 9시면 문을 닫고 아시아는 자녀들 교육 여건이 탐탁지 않다"며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본국을 떠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GLG파트너스의 피에르 라그랑주 CEO도 "여건이 나빠지더라도 유럽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헤지펀드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만 규제안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는 꿈쩍도 않는 눈치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버나드 매도프의 폰지 사기 등이 터지면서, 금융업의 비중이 높지 않은 이들 국가에서는 범유럽 차원의 규제에 대한 여론이 거센 탓이다. 찰리 맥그리비 EU 역내 시장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금융개혁 초안에는 유럽 금융사들의 국경 간 이동을 보다 자유롭게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며 "채찍과 당근이 모두 포함된 계획"이라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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