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때 운전하는 것만큼 거추장스러운 것은 없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차들은 지그재그로 엉키고 마음은 울적하기까지 하다. 햇살이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날보다 오히려 비가 오는 날 더 운치 있는 차. 푸조 207SW는 비오는 날이 훨씬 멋지게 어울린다. 지붕이 온통 유리로 덮인 파노라마 루프 때문에 일명 ‘하늘을 담은 차’라고 불리는 이 차는 꽉 막힌 도심 한복판에 있어도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다 마음에 맞는 음악까지 합세하면 차 안에 있어도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다. 다만 햇볕이 강한 날은 함부로 루프를 열면 안 된다. 자외선 지수가 높던 한낮에 뒷좌석에 앉았던 후배가 고작 2시간 만에 홍당무가 돼 버렸다. 그래도 꼭 하늘을 보고 싶다면 전동식 블라인드로 빛의 양을 조절하면 된다. 유리 루프는 열 수 없다. 207SW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이 차를 몰고 나갈 땐 언제나 주목을 받는다는 것. 프랑스에서 날아온 입 큰 개구리를 연상시키는 개성 강한 얼굴에 앙증맞은 엉덩이가 타인의 시선을 사로 잡기 충분하다. 특히나 여성에게 잘 어울린다. 207SW는 지난 2003년 유럽의 베스트셀링카였던 206SW의 뒤를 잇는 컴팩트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로 207GT, 전세계 판매 1위 쿠페 카브리올레 207CC, 해치백 207RC로 이어지는 푸조의 207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세단의 승차감과 파워풀 한 SUV의 장점을 결합한 CUV의 특성상 차고가 높아 시야가 좋으면서 힘도 세다. 공기도 덜 오염시키는 디젤 엔진 덕에 명동 한복판에서 인천공항까지 왕복을 두 차례나 했는데 오일 게이지 눈금이 생각보다 변동이 크지 않았다. 기존의 207GT와 비교할 때 휠 베이스는 같지만 전장과 전고를 늘려 실내 공간이 작다는 단점을 커버했다. 때문에 뒷좌석의 헤드룸과 레그룸 공간이 좀더 확보됐다. 그러나 여전히 차의 특성상 키가 크고 체격이 있는 남성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마법 같은 공간도 연출된다. 트렁크 적재 공간이 207GT보다 188L 늘어나 자그마치 428L에 달한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바닥과 수평으로 연결돼 김치냉장고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엔진은 1.6L으로 푸조와 BMW그룹이 공동 개발했다. 최고출력은 120마력, 최대토크 16.3kg«m, 최고속도는 시속 195㎞. 이 작은 차의 퍼포먼스를 썩 기대하지 않았는데 밟는 대로 제법 잘 나간다. 대신 시속 60㎞에서 80㎞로 올라갈 때 힘이 달리는 것이 아쉽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3,1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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