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비용분담액을 표시하지 않은 재개발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와 이에 근거한 조합설립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운영규정’에는 재개발 조합 설립 동의서 모집 시 조합원의 비용분담액을 표시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전국의 모든 재개발 단지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제6민사부는 지난 16일 부산 A구역 지역주민 62명이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 설립 무효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는 조합설립동의서에 조합원들이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부담하게 될 지 예측할 수 있는 비용분담사항이 기재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한 조합 설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조합측은 이에 대해 관리처분 후에야 비용분담액을 구체화할 수 있어 조합 설립 당시 비용분담액을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은 토지 등 소유자들이 재개발사업에 참가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알지 못하고 상당한 이익이 남을 것이란 기대만으로 조합 설립에 동의했다가 재개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생활의 터전을 잃게 된 조합원이 속출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비용분담액을 산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전국의 모든 재개발 사업지가 이 같은 방식으로 조합 설립 동의서를 받고 조합을 설립했다는 점이다. 부산 사하구청의 한 관계자는 “A지역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됐기 때문에 A지역이 문제가 되면 전국의 모든 재개발 사업지도 똑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A지역 조합측도 항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도 “조합원이 얼마를 분담하게 될 지는 (조합 설립 당시)예상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며 “재개발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분담액을 초기에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행 국토부의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운영규정’에는 재개발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설립 동의서에 건축물철거 및 신축비용의 개산액만 적도록 하고 있을 뿐 조합원의 비용분담액을 표시하는 별도의 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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