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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승자독식의 사회

막바지 인선 작업 중인 한 공기업의 기관장인사. 공모 작업이 시작되기 두어달 전 기자에게 뜻밖의 인물이 유력하다는 소리가 들려 왔다. 속된 말로 영양가 있는 자리인지라 대다수는 중량감 있는 장차관 출신들을 하마평에 올려놓고 있던 터였다. 그 때문에 당시만 해도 조금은 생뚱맞다는 생각에 흘려넘겼다. 하지만 역시 예단은 금물이었다. 뚜껑을 연 결과 그는 누구보다 유력한 후보가 됐다. “이유가 뭐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이내 얻은 해답은 예상대로 이명박(MB) 대통령과의 인연이었다. 물론 그에 대한 정확한 판단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능력을 폄훼할 필요는 없지만 가슴속의 개운하지 못함을 씻어내기는 힘들었다. 승자 독식의 사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을 조금 넘긴 기간 기자의 머릿속에 남은 가장 뚜렷한 단어는 바로 ‘이긴 자의 논리’다. 지난 정권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권력의 속성을 표피적으로나마 접해보았지만 새 정부의 승자 논리에는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엊그제에는 집권당의 원내 대표가 ‘김대중(DJ)ㆍ노무현 전 대통령 추종 세력’의 퇴진을 얘기하더니 12일에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나서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라”고 대놓고 압박하고 나섰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챙겨줘야 할 사람들이 깔렸을 텐데 임기를 내세우며 버티고 있으니 승자 입장에서 보면 짜증날 법도 하다. 이들의 말이 일면 이해도 된다. 논리적으로야 맞지 않지만 이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세상 이치인 것을 어쩌랴. 더욱이 철저하게 ‘노무현 코드’에 맞춰 자리를 꿰찬 그래서 진작 물러났어야 할 기관장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사에도 시장의 원리가 존재한다. 군사정권처럼 권력의 힘을 빌려 단체장들에게 퇴진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시장과는 거리가 먼 구태다. 시장이 그들을 불신하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날 것이고 그것도 아니면 감사원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면 될 일이다. 승자에게도 금도가 있다. 굳이 첨언하면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구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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