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발전모델 모방하던 시대 끝나<br>美·中 편중 벗어나 다자주의 강화하고<br>지방분권화등 '공동체 자유주의'로 가야
개발도상국의 이점(利點) 중 하나는 선진국의 개발 모델을 받아들여 차근차근 그 뒤를 따라가는 것이다. 전략과 이념을 세우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 발전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 일정 수준까지는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이 같은 발전 모델은 20세기 한국에도 적용됐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수석을 지낸 박세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과거의 근대화가 ‘모방적’이었다면 미래의 선진화는 ‘창조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구적 사상과 제도를 일방적으로 수입해 온 한국이 미래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ㆍ문화ㆍ전통을 바탕으로 사상과 제도와 문화를 찾아내 서구의 제도ㆍ사상의 장점과 결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근거로 뚜렷한 세계전략을 수립하고 새로운 국가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
세계 전략이란 한 나라가 세계의 변화를 분석ㆍ관찰하면서 국가이익을 지키고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하는 대외전략을 말한다. 세계전략은 20세기적 양극화와 냉전 후 미국 중심의 단극화를 거쳐 21세기적 다극화 시대에 갖춰야 할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박교수가 주장하는 대한민국의 세계전략은 국가안보ㆍ국민번영ㆍ세계공헌을 위한 국가 비전과 정책이 담겨 있다. 국가안보의 차원에서는 ‘미국이냐 중국이냐’에 연연해 하는 20세기적 세계관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위해 다자주의를 강화해나가야 하며 국민번영을 위해서는 세계 시장을 확대하고 과학기술력을 제고할 때라고 말한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세계에 한국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공헌을 위한 전략으로 저자는 다문화ㆍ다인종ㆍ다종교 공생의 시대의식을 바탕으로 한 국가정체성을 갖추라고 주문한다.
그렇다면 선진화란 무엇인가. 저자는 선진국의 조건을 다섯가지로 압축한다. ▦경제적 선진화로는 일인당 소득 3만불의 ‘항아리형’ 경제 즉 중산층의 비중이 높은 국가를 건설하고 ▦정치적 선진화의 숙제는 포퓰리즘을 넘어선 자유민주주의의 완성이다. ▦사회적 선진화는 도덕과 윤리 수준이 높은 사회가 전제조건이다.
박교수가 제시하는 대한민국 미래비전의 근저에는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그리고 ‘독자적이고 주도적’이라는 코드가 자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와 소통해야만 서구의 국가와 차별화하면서 한단계 높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화를 위한 국가 철학으로 그는 ‘공동체자유주의(communitarian liberalism)’를 제시한다. 공동체자유주의란 개인의 존엄ㆍ자유ㆍ창의를 존중하고 이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유주의를 말한다.
박교수는 공동체자유주의의 실현을 위한 5대 전략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실천방안을 결론으로 제시한다. ▦마음을 열고 세계화 능력을 높이는 발신형(發信形) 세계화 전략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최대한 존중되고 확대되는 자유화 전략 ▦중앙집권적 조직구조는 축소화하고 지방자치제도를 혁신하는 분권화ㆍ다주체화 전략 ▦대한민국 역사관을 곧게 세우는 자존정신과 공동체 강화전략 ▦선진국가에 어울리는 국가 및 사회리더십 개혁전략 등이다.
저자는 한국의 선진화는 우리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바른 세계전략과 올바른 국가전략을 세워 대한민국의 선진화 혁명에 성공하는 것이 바로 지구촌의 발전과 인류 평화에 큰 기여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