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처럼 모시겠다" 입장 돌변, 진입 문턱까지 크게 높였다<br>稅감면·토지사용권 우대등 파격적 인센티브 축소<br>노동집약기업은 채산성 맞추기 힘들어 이전 검토<br>동북3성·서부내륙에 진출해야 당분간 혜택 가능
| 중국이 그동안 기록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한 것은 세제 등 정부 차원의 특혜와 함께 무한대에 가까운 값싼 인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각종 우대조치가 축소되면서 외자기업의 경영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상하이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인부가 철판을 나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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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차이나 New 챌린지] '외자기업 천국'은 옛말
"왕처럼 모시겠다" 입장 돌변, 진입 문턱까지 크게 높였다稅감면·토지사용권 우대등 파격적 인센티브 축소노동집약기업은 채산성 맞추기 힘들어 이전 검토동북3성·서부내륙에 진출해야 당분간 혜택 가능
고진갑기자 go@sed.co.kr
베이징=문성진특파원 hnsj@sed.co.kr
중국이 짧은 기간 안에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외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경제특구들이 저마다 최고의 조건을 내걸고 경쟁하듯 외자를 끌어들였다. 그동안 중국이 내건 외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세금 감면은 기본이고, 주택과 자동차는 물론 공장을 무료로 임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구 내에 골프장, 자녀 교육을 위한 국제학교를 건설하는 등 중앙정부의 허용 범위를 넘는 특혜를 제공했다. 심지어 투자를 유치한 직원이나 외부 중개인에게 커미션을 주기도 했고, 입주 후 애프터서비스까지 완벽하게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은 이제 ‘옛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외국 기업을 왕처럼 모시겠다’던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바뀌면서 외자기업에 대한 각종 우대조치가 잇따라 축소되고 있다.
우선 외자기업들에 대한 가장 큰 특혜 가운데 하나였던 세금 감면 혜택이 이르면 오는 2007년부터 사라지게 된다. 중국 정부는 내ㆍ외자기업 단일 기업소득세(법인세)안의 입법 절차를 올해 말까지 완료하고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통과시킨다는 구체적인 일정표를 이미 내놓았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기존 외자기업들은 일정 과도 기간 동안 종전 세율(15%)대로 세금을 내면 되지만, 신설법인들의 세율은 중국 기업과 같은 33%로 올라 지금의 2배에 가까운 세금 부담을 안게 된다.
외자기업에 대한 토지사용권 우대조치도 대폭 줄어들었다. 그동안 각 지역의 개발구가 외국 기업에 제공하던 토지사용권 부여 혜택을 없애고 현(우리나라 군에 해당)급 이상 관청과 계약한 외국 기업에 한해서만 토지 사용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외자기업들이 예전처럼 좋은 조건으로 토지를 매입하거나 임대하는 길이 대폭 좁아지고 있다.
외자기업의 진입 문턱도 높아졌다. 특히 중국 정부가 경제 발전에 꼭 필요한 외자기업만 선별 유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싼 임금을 이용하는 저부가가치 업종의 중국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 졌다. 위총(于衡) 칭다오(靑島)시 부시장은 “칭다오시가 원하는 업종은 자동차ㆍ유화ㆍ철강 등 대형 제조 업체”라며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기존 진출 기업에 대한 특혜조치들을 점차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자기업들을 가려서 받겠다는 것으로 중국의 달라진 외자 유치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중국이 그동안 기록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한 것은 세제 등 정부 차원의 특혜와 함께 무한대에 가까운 값싼 인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각종 우대조치가 축소되면서 외자기업의 경영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상하이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인부가 철판을 나르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동부 연안도시를 중심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정보기술(IT) 등 첨단기술 업종을 중심으로 외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고, 그나마 입지 여건이 좋은 지역은 중국 기업들에 먼저 인허가를 내주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좋은 지역을 골라 투자를 하려 해도 허가가 잘 나지 않고 중국 기업들과의 합작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칭다오에서 의류생산업을 하고 있는 K사의 L사장은 “2~3년 전부터 단순가공 생산에 의존하는 노동집약 외자기업에 대한 혜택이 대폭 줄어들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워 졌다”며 “중국 내륙 지역으로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자 유치정책이 바뀌다 보니 그동안 외자기업 유치를 위해 내걸었던 인센티브나 무조건적인 서비스도 사라졌다. 저장(浙江)성 등 일부 지방정부들은 그동안 외자 유치를 성공할 경우 담당 간부들에게 지급하던 인센티브를 폐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조건적인 외자 유치 경쟁이 점차 줄어들고, 투자 이후 제공하던 애프터서비스도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닝보(寧波)에 진출한 L사의 중국법인장은 “예전에는 기업이 불편한 점을 호소하면 휴일에도 출근해 자신의 일처럼 도와줬지만 인센티브가 없어진 이후에는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동안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던 중국의 외자 유치 실적이 주춤해진 것도 바로 이 같은 정책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경영 환경 변화가 앞으로 더욱 빨라지고, 이에 따라 외자기업을 대하는 태도도 더욱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규주 중소기업진흥공단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 정부가 외자기업 유치 목적으로 활용했던 ‘당근’을 앞으로는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저임의 노동력을 기대하고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들은 애당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꼭 중국에 투자할 생각이라면 동부 연안도시와 달리 파격적인 조건으로 외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동북 3성과 서부 내륙 지역을 선택하면 당분간 기존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無노조 경영 이젠 끝"
노동계 대표조직 총공회 주도
노조 결성 붐에 월마트도 허용
中진출 국내사에도 영향 클듯
외자기업들이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구미에 맞게 사용하던 '꿀맛' 같던 시대가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노사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외자기업들에 '천국'과 같았던 중국에서 노동조합 결성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중국 노동계를 대표하는 조직인 중화전국총공회(이하 총공회)가 현재 25%에 머물고 있는 외자기업들의 노동조합(공회) 조직률을 당장 올해 안에 6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개별 기업의 근로자들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사례가 '무노조 경영'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는 월마트가 중국 측에 '백기투항'하고 중국 사업장에 노조 결성을 전면 수용한 사건이다. 월마트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총공회와 협력할 계획이며 중국 내 모든 월마트 매장에서 노조 설립이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공표하고 "중국, 그리고 동료 조합원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는 지난 2년간 총공회 측의 노조 설립 압력을 단호하게 거부해왔던 월마트로서 '무조건 항복'이나 다름없는 굴욕이었다. 이로써 월마트에는 지난달 29일 중국 남동부 푸젠성 취안저우시에 있는 월마트 진장점에서 첫 노조가 결성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 10여일 사이에 모두 5개 매장에서 노조가 생겨났다.
월마트
'월마트의 백기투항'에서는 외국 기업의 무(無)노조 관행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읽혀진다. 실제로 총공회는 최근 외국 기업 노조 결성을 강제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회(노조)법 수정안을 제안, 외자기업의 노조 설립을 의무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공회는 공회법 수정안을 토대로 강력한 '노조 결성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5일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 신제커우(新街口)의 한 건물 회의실에서 중화전국총공회 관계자와 장쑤(江蘇)성, 난징시총공회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월마트 신제커우점 공회 설립식에서 궈쥔(郭軍) 총공회 법률부장은 "현재 25%인 외자기업 공회 설립률을 올 연말까지 60%, 오는 2007년까지는 80%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총공회는 또 외자기업에 의한 노조 탄압 가능성도 원천봉쇄하고 있다. 궈원차이(郭穩才) 총공회 기층조직 건설부장은 "월마트가 노조 설립과 관련해 노동자들에게 보복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노조 결성 붐'은 노사정책 방향이 외자 유치 촉진에서 자국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신호로 해석된다. 총공회는 2~3년 전부터 삼성ㆍ월마트 등 무노조 외국 기업 명단을 언론에 공개하며 노조 설립을 의무화하도록 압박을 가해왔다.
이에 따라 삼성ㆍLG 등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기업친화적인 노동 환경에 주목해 중국에 발을 담근 일부 중소 업체들은 사업 철수까지 고려해야 할 절박한 처지에 몰렸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민과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면서 일부 외자기업들이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대표적인 본보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8/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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