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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은 만남의 기록, 백효훈 ‘사적 신화(Private Myths)’展

(사진 = 갤러리도스 제공)

백효훈 ‘사적 신화(Private Myths)’展이 오는 2월 5일부터 11일까지 삼청동에 위치한 갤러리도스에서 열린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자신이 꾼 꿈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억나는 건 그저 꿈을 꾸었다는 사실 뿐이다. 장르와 상관없이 창작하고 떠올려야 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아깝다 못해 억울하기도 한 일이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작가는 ‘꿈 일기장’을 따로 마련하기로 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어둠 속에서 휘갈긴 글과 그림은 거칠지만 작가에겐 원초적인 자산이자 작업의 길잡이가 된다.

백효훈에게 꿈은 이렇게 발상을 제공해주는 자원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꿈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현실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나 경험의 반영물이지만 때때로 작가가 주변인물일 때도 있고, 전혀 상상해본 적 없는 다른 세계가 배경이 될 때도 있다. 이렇게 꿈은 그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자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은 공통된다. 그 안에서 작가는 수많은 발견을 했고, 그렇게 만난 존재들 중에서는 작가 자신도 있었다. 스무 살 무렵 자신의 얼굴을 닮은 ‘누군가’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작가 역시 그녀를 응시했던 경험을 그린다. 그 꿈을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서라도작가에게 꿈을 기록하는 일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런 과정은 실제 작업과정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불규칙한 재질과 윤곽을 갖고있는 장지는 수직·수평의 정확한 프레임을 벗어나 그 자체로도 꿈이라는 개념이 갖고있는 우연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작가의 꿈이 이뤄질 때 그 배경이 되는 텅 빈 흰 공간을 상징한다. 닥 펄프를 적시고 건져 한 장의 장지로 만들어내는 바탕재의 제작과정이 꿈을 기억하고 형상화하려는 작가의 본 작업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지의 흡수성과 반발성은 물감이 번질 때 우연한 효과를 내는데 이는 꿈이라는 비논리적인 소재에 알맞은 표현적 특성이다. 작가는 물감, 흑연, 먹,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로 그 위를 물들이며 그 색과 형이 자신이 기억하는 대로, 자신의 꿈을 따라가도록 놓아주며 결과를 지켜본다. 끝없이 반복되는 노력이 완성될 때 그 끝에는 또 다른 작가 자신이 그림 밖의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 걸을 느낄 수 있다.



현실의 자신과 무관하지 않지만 비현실적인 것이 당연한 꿈의 양면적 특성은 작가에게 경계를 무시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며 작품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공간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꿈속에서 작가는 관찰자이자 관찰대상으로서 자신을 꿈 작업(dream work)의 도구로 사용한다. 타자인 동시에 자아인 존재와의 만남이라는 불가능한 일이 가능한 그녀만의 세계가 재현된 그림을 보면서 작가가 경험했던 만남이 우리에게도 신비한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백효훈 ‘사적 신화(Private Myths)’展은 오는 2월 5일부터 11일까지 삼청동에 위치한 갤러리도스에서 열리며 문의는 02) 737-4678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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