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선거'인 인도 총선이 12일(현지시간) 실시된 마지막 투표를 끝으로 5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10년 만에 야권으로의 정권교체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은 벌써주터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나렌드라 모디의 경제정책, 이른바 '모디노믹스(Modinomics)'가 비틀대는 인도 경제를 되살릴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도 각주 및 연방직할지 대표 543명(대통령 임명 2명 제외)을 뽑는 이번 하원 총선은 등록된 유권자 수만도 전체 유럽 인구보다 많은 8억1,40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축제'로 불린다. 인도 연구기관 센퍼토미디어스터디스(CMS)에 따르면 법정 선거비용 6억4,500만달러(인도 당국 추산)를 포함해 이번 선거에 드는 총비용만도 49억달러(약 5조21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기기 및 인력배치를 위해 비행기·배·열차는 물론 낙타와 노새 등까지 동원된 이번 선거는 지난달 7일 시작돼 이날 비하르·우타르프라데시·웨스트벵갈주를 마지막으로 투표가 종료됐다.
현 집권여당인 국민회의당(INC)의 라훌 간디 총리 후보와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 총리 후보인 모디가 맞붙은 이번 총선은 '정치 황태자'와 '차이왈라(인도식 홍차(차이)를 파는 상인)' 간의 대결로도 유명하다. 인도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의 증손자이자 지난 1947년 독립 이후 총리 3명을 배출한 인도 최고의 정치가문인 네루간디 집안 출신의 간디와 인도의 카스트 신분제 하위계급인 '간치' 출신으로 차이를 팔며 유년시절 생계를 이어갔던 모디의 대조적 이력은 선거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것은 모디였다. 지난해 9월 BJP 총리 후보로 선출된 모디는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다. BJP를 주축으로 한 야당연합(NDA·전국민주연합)의 현재 의석수는 156석으로 전체의 28.7%에 불과하나 이번 선거 결과 최대 42%(ABP뉴스 조사)까지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여론조사 기관들은 예측했다. 모디 후보는 최근 현지 TV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의석의 절반 이상을 얻어 (1984년) 라지브 간디 정부 이래 가장 강력하고 안정된 정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모디의 BJP가 예상대로 최종 승리를 거두면 2004년 이후 10년 만에 야권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된다.
이번 총선에서의 모디 열풍에는 한때 10%에 달하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반토막 날 정도로 악화된 인도 경제가 큰 몫을 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4.5%까지 떨어지는 등 경기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허우적대는 코끼리를 되살려달라"는 경제회복에 대한 열망이 모디에게 투영된 것이다. 모디는 2001년 구자라트주지사로 처음 취임한 뒤 세 차례 연임하는 동안 친기업 정책으로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구자라트주를 '인도에서 가장 비즈니스 하기 좋은 곳'으로 변모시켰다. 이른바 '구자라트 모델'로 불리는 모디의 경제정책은 이번 총선 동안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며 인도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끌어냈다. 지난해 인도가 'F5(취약 5개국)' 중 하나로 낙인찍히면서 급락한 인도 루피화는 선거를 앞둔 지난 5개월 간 3% 가까이 올랐으며 MSCI인도지수도 연초 대비 5.63%(9일 기준) 뛰는 등 시장 또한 '모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모디노믹스의 '거품론'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디의) 선거공약집에는 꼭 필요한 주요 경제개혁 추진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며 "모디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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