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1로 궁도를 한껏 넓혔지만 백22로 밀고들어가자 두 눈을 내기가 간단치 않다. 흑23의 응수는 절대. 수를 늘린답시고 참고도1의 흑1로 잇는 것은 백2 이하 6을 당하여 수상전에서 흑이 진다. 결국 우변의 흑은 딱 두 눈 내고 살았는데 그 과정이 수치스럽기 짝이 없다. 백26으로 몰렸을 때 두 점을 살릴 도리가 없다는 사실도 그러하고 백이 38로(28의 아래) 이었을 때 흑39로(23의 아래) 웅크려야 한다는 사실도 그러하다. "참 비참하게 살았군요."(김영삼7단)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만은 위로를 삼을 만한 게 있어요."(김성룡9단) "그게 뭐지?" "완벽하게 두 눈을 내고 살았기 때문에 우변에는 팻감이 전혀 없다는 거죠." 백40은 오래 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패를 결행하기 위한 예비 공작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흑은 좌상귀의 삶을 패에 의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좌변의 흑대마가 잡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좌상귀의 흑이 패를 피하는 수단은 정말 없는 건가요?"(이현욱6단) 이현욱은 참고도2의 흑2로 물러서는 수를 제시했다. "으잉? 그렇게 물러서는 수가 있나?"(김성룡) "패를 안 내고 살 수만 있다면 백 번이라도 물러서야지."(서봉수) 한참 수읽기에 빠지는 검토실의 고수들. 잠시 후에 결론이 나왔다. 아무리 물러서도 패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 백13까지가 그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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