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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TV, 언제 철들래?
입력2006-01-26 17:28:09
수정
2006.01.26 17:28:09
“TV, 언제 철들래?” 지난 연말 방송계 한해를 결산하는 어느 일간지 기사는 통렬하다. 2005년 유난히 잦았던 방송 사고에 대한 지적의 말, 그 속내에는 오늘 대한민국내 최고 권력의 한 축으로 자리한 방송사에 대해 뭔가 끈적이는 감정의 흔적이 묻어 난다.
공중파 방송사들이 자사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신문을 향한 포문을 열면서 촉발된 TV-신문간 갈등. 그 지리한 소모전속 상대를 향한 또 한번의 지적이 그 연장선상으로 비쳐져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저런 신경을 끄고 짚어보려는 사안은 방송이 주도해나가는 지금 우리 대중 문화의 질적 상황과 관련한 문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경박함’-사견(私見)이지만 한국 대중 문화의 현주소에 대한 일면 이 같은 규정의 책임을 방송에게 물으려는 건 무엇보다 TV가 대중 문화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안방 화면속 대중 문화의 주류(主流)는 기본적으로 20대 전후 연령대의 어설픈 감수성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크다. 그리고 그 소녀적 감성에 마케팅 타깃을 겨냥한 방송사들의 그릇된 상업주의적 관행은 좀처럼 바뀌고 있지 않고 다는 점이 문제다.
연예인들을 동원한 끝없는 신변 잡담, 허황된 드라마로 상징되는 방송 컨텐츠들은 엄청나게 커진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초라하기만 한 제작측의 철학적 부재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재치라기보단 유치에 가까운 말 장난, 젊은 드라마 대부분이 전개해가는 뻔한 설정-이를테면 재벌과 미모의 여인간 애정행각, 재벌 2세면 으레 유학파, 직위는 기획실장. 전문직은 수석 졸업한 판검사, 아니면 국제 변호사나 잘 나가는 의사, 그리고 반대편엔 반항아, 조폭(심지어 이들 조차도 드라마의 겉 멋을 한껏 높이기 위한 캐랙터)… 이런 류(類)의 유치한 도식(圖式)에 대한 의식 있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냉소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이 짜증스런 구도에 지금 한국 사회 최대 문제인 양극화 측면으로 봐도 문화가 사회에 심리적으로 끼칠 수 있는 독성의 요소를 담고 있다. 남녀 노소 불문, 모양내기에만 목숨 거는 외모 지상주의, 도무지 개념 없는 겉멋 풍토-오늘 한국 TV가 쏟아내는 천박한 상업주의는 이렇듯 대중 문화로 포장돼 안방 화면을 통해 강매(强買)되고 있다.
TV가 쏟아내는 허상(虛像)이 순백의 종이 같은 청춘의 심상(心狀)에 새겨 넣는 보이지 않는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현란한 쇼와 드라마 속 화려함에 비쳐본 자신의 초라함이 열등감에서 심리적 방황으로, 다시 탈선의 잠재적 동기로 연결될 지 모를 일이다. 자기 중심이 서 있지 못한 이땅의 많은 10~20대들, TV 앞에 앉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오늘 한국의 TV가 불어놓는 바람 속에는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허황됨과 공허감이 담겨있을 뿐이다.
베토벤과 마티스 작품 같은 고전이 주는 중량감만이 문화일 수만은 물론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대중문화의 정체성이 경박ㆍ천박함만으로 등가(等價)화 되는 것은 참 마땅치 않은 일이다. 무거움과 가벼움, 이성과 감성이 잘 조화된 균형감이야말로 방송 부적합 용어를 찾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는, 보다 근원적으로 방송가가 신경 써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문화가 정치의 상위 개념화 돼가는 시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만 내세우려는 일부 신문들의 시대 착오적 행태를 비판하는 TV측 지적에 귀 기울일 부분이 없지 않다. 신문이 그 충고를 받아들여 완고한 수구의 틀을 깨야 하는 것이 당위라면 오늘 한국 방송사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청소년적 감성 코드에서 하루빨리 탈피, 진정한 어른의 모습으로 문화 전반의 밸런스를 맞추고 성숙하려는 노력이다. 이 나라 문화 발전에 기여한 TV의 공(功)을 인정하는 한 신문업 종사자가 유치한 흠집내기 논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던지고 싶은 고언(苦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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