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장교 5명을 사이버범죄 혐의로 기소하면서 다시 불거진 미중 간 사이버 갈등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미국 IT기업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대신 자국 기업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는 기대감의 반영이다.
중국 IT기업들의 벤치마크지수로 통하는 선전CSI300IT지수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중국군 장교 기소 사실을 발표한 지난 19일부터 28일(현지시간) 사이 5.5% 올랐다. CSI300IT지수는 실제 이익에 비해 기업가치에 거품이 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22%나 급락한 상태였다. 중국의 대표 IT기업인 레노버의 주가도 28일까지 7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며 9.9%나 상승했다. 또 다른 중국 업체 인스퍼의 주가는 27~28일 홍콩 증시에서 19.2%나 뛰었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이끈 것은 중국 정부가 미국 측 기소에 대한 보복조치로 미 IT대기업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자국 기업 육성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중국인 장교 기소가 지난 10개월간 최저 수준에서 허덕이던 지수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보복에 나섰다는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된다. 익명을 원한 관계자들은 "인민은행이나 재정부 등 중국 정부기관들이 최근 자국 금융회사에 IBM 서버를 중국 IT업체인 인스퍼 제품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버 교체는 이미 지난해 중국우정저축은행(PSBC)에서 진행된 데 이어 추후 다른 민간은행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IT컨설팅 업체인 BDA차이나의 던칸 클락 회장은 "중국 정부의 압력이 매우 강하다"며 "IBM 제품을 구매하는 직원이 해고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은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해서도 에너지 절약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앙정부 컴퓨터에 윈도8 운영체제(O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 측의 조치가 앞으로 한층 강화되면서 이들 기업에 장기적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관계가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 제품을 중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어윈 산프트 스탠다드차타드 리서치 수석은 "중국 IT기업과 해외 기업 간의 기술격차는 상당히 좁혀졌다"며 "중국 정부가 구매하는 IT 제품이 자국산으로 옮겨갈 여지가 많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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