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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유럽… 사상최대 '돈 폭탄'

■ 유럽 풀고…한국 죄고…美는 유지… '3色 통화정책' 누가 웃을까<br>유로존 1,121개 은행에<br>ECB 4,422억 유로 지원<br>"경기부양정책 지속추진"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에 가려져 있었지만 훨씬 심한 경기침체와 금융경색으로 고통 받고 있는 유럽이 급기야 사상 최대 규모의 돈 폭탄을 투하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1,121개 은행에 사상 최대인 4,422억유로(약 790조원ㆍ종전 기록 2007년 12월 3,486억유로)의 긴급자금을 대출했다. ECB의 대출금리는 ECB 기준금리인 1%이며 기간은 12개월이다. 유럽이 이처럼 대규모 자금지원을 결정하게 된 데는 유로존이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맞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ECB는 유로존 경제가 오는 2010년 중반에야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앞서 “경기침체가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계태세를 늦출 수는 없다”며 경기부양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전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을 종전의 -4.1%에서 -4.8%로 하향 조정하며 심각한 경기침체를 예고했다. 이는 OECD 전체 회원국과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것과 상반된다. 유로존 은행들은 지금도 신용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들이 자금을 빌리면서 치러야 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은 지난해 9월보다 크게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ECB는 이번 대출요건을 종전보다 훨씬 완화했다. 이에 따라 이보다 우호적인 대출이 다시 나오기는 힘들다고 판단, 유로존 은행들이 앞다퉈 ECB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여전히 녹록지 않은 은행들의 사정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FT는 ECB의 이번 조치가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몰래 하는 경기부양(Stimulus by stealth)’이라고 평가했다. FT는 은행 금리를 낮추고 민간 부문에 대한 은행의 대출여력을 높여 유로존의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ECB의 전례 없는 자금지원을 환영했다. 모건스탠리는 “ECB의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이 유로존 경제회복에 효율적일 수 있다”며 “대출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린 것은 매우 현명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ECB의 자금지원으로 은행 간 차입금리가 뚜렷하게 개선됐다. 24일 12개월짜리 유로 리보는 1.596%에서 1.574%로 떨어졌고 0.7~0.8%에서 움직이던 하루짜리 대출 역시 앞으로 0.4%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CB의 대규모 자금방출은 최근 불거진 ‘출구전략(exit strategy)’ 논의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때맞춰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 역시 세계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토머스 미로 총재는 이날 한 회동에서 “세계경제에 대한 과다한 기대감이 있음을 경계한다”면서 “(침체에 따른) 사회적 충격이 시간을 두고 위기로 발전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충격이 의심할 나위 없이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이날 OECD 각료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제네바에서 가진 로이터TV와의 회견에서 “올해 세계 무역이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세계적 투자가인 워런 버핏 역시 CNBC 회견에서는 “미 경제가 다시 튀지 않았다”면서 경기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블룸버그TV와의 회견에서는 “미국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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