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이날 종로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을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잘못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재벌의 소유구조에는 손을 대면 안되지만 지배구조에는 손을 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나는 행추위 경제민주화추진단에서 만든 것을 검토한 것인데, 직접 만들었다면 더 강도가 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박 후보가 발표한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하고 대기업집단법, 재벌 총수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지분조정명령제도 등을 제외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 후보와의 ‘결별설’에 대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선공약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앞으로 박 후보가 준비하고 있는 개별 추진단의 대선공약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전날 회동 요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 “박 후보의 생각이 다 정해졌는데 괜히 바쁜 사람을 힘들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제민주화 발표 자리에 나타나지 않아 박 후보와 ‘정치적 결별’을 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박 후보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것은 박 후보가 지난 8일 경제5단체장과 갖은 간담회에서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고 발언한 것이 단초가 됐다. 이에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정신을 흔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정책공약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서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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