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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동반 파업] 노조 "밀리면 통상임금 싸움서 완패" 강경 기조가 파국 불러

임금 인상폭 조절 실리 대신 '노동계 대표'로 명분만 고집

사측도 "협력사 줄도산 우려"

기본급 등 제대로 논의 안하고 통상임금 범위 유지전략 고수


현대자동차 노사의 선택은 올해도 타협과 양보가 아닌 반목과 대립이었다. 지난달 31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현대·기아자동차 노조가 2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명분에 대한 노사의 집착이 올여름 파국을 부른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사가 통상임금 확대 여부와 상관없이 기본급과 성과급의 인상폭을 조절해 임금 총액을 맞춰가는 '실리 추구' 전략을 택했다면 무분규 타결도 가능했으나 각자 노동계와 산업계를 대표하고 있다는 대의명분에 대한 고집이 파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통상임금 확대" 노동계 강경 기조에 매달려=지난해 11월 이경훈 지부장이 다시 노조 수장으로 당선된 당시만 해도 올해는 현대차가 투쟁 없이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이 지부장은 현대차 노조의 실리·온건 노선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그가 노조를 이끈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기간에 단 한 차례도 파업을 강행하지 않았다.

노조가 결성된 1987년 이후 28년간 파업이 없었던 해가 다섯 차례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협과 중재를 이끌어내는 이 지부장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 지부장과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밀어붙였다. 이에 대해 노사 전문가들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모두 갖춘 상여금을 지급하는 사업장이 33%에 불과한 가운데 '현대차가 밀리면 통상임금 싸움은 노동계의 완패로 끝나는 것'이라는 불안감이 노조를 투쟁으로 몰고 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남용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본부장은 "노조가 기본급 8.16%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의 요구사항을 근거로 본격적인 임금협상을 했다면 통상임금과 상관없이 원하는 수준의 임금 보전이 가능했을 것"이라면서도 "금속노조 최대 조직으로서의 대표성에 대한 인식 때문에 통상임금 확대 요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사측 "협력사 줄도산 막아야"…조 단위 손실 감수=명분에 대한 고집은 사측의 태도에서도 나타났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해 통상임금 범위를 늘려주는 대신 임금 인상폭을 조율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았다.

대신 상여금의 고정성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통상임금 확대 불가' 방침을 끝까지 고수했다. 현대차그룹과 협력사, 나아가 산업계 전체 '대표선수'로서의 명분 때문이었다.

실제로 윤여철 노무총괄 부회장은 지난달 교섭 결렬 직후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통상임금 범위를 넓히면 5,300여 협력업체들은 줄도산할 것"이라며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조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이 한치도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사는 기본급·성과급 등의 본격적인 임금협상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5일, 13일간 파업을 벌여 총 1조4,36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 조 단위의 손실과 통상임금 범위 유지를 맞바꾼 셈이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계가 환율 쇼크와 내수침체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사가 충분히 봉합할 수 있었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더 큰 피해와 손실을 막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노사가 타협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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