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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 변해야 나라가 산다

■ 새로운 금융시대/ 로버트 쉴러 지음, 알에치코리아 펴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은 금융이 실물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2011년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 점령 시위'가 전세계 80여개국, 1,500여개 도시로 확산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동양증권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금융'과 '좋은 사회'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2개의 화두를 내걸고 "금융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수년간 금융의 폐단을 겪은 우리들에게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주장이다.

저자는 서민의 돈을 빼앗는 약탈자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금융의 본래 의미를 먼저 짚어본다. 금융을 뜻하는 영어 '파이낸스(Finance)'가 '종료·완성'을 의미하는 라틴어 '피니스(Finis)'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피니스'가 '파이낸스'로 발전한 것은 매매가 성사되고 대출이 상환되는 등 일정 목표를 완성하기 위한 기능이 금융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저자는 우선 금융기관과 금융인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깨뜨리려고 노력한다. 자산 운용사, 투자은행, 모기지 증권은행, 파생상품 거래자, 로비스트, 회계사 등 금융계 각 분야의 본래 기능을 소개한다. '도박사'라고 여겨지는 트레이더로 인해 시장의 유동성이 유지되고, 투자은행을 통해 사회 구성원간 거래가 주선되며, 로비스트의 정가 활동을 통해 각 집단의 이익이 금융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금융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들을 되짚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그는 회사의 CEO가 회사의 장기 목표보다는 개인적인 이익과 단기 성과에 관심을 두지 않게 하려면 지나친 스톡옵션 보상은 지양하고 보상액 지급을 퇴임 5년 후로 조정하라고 조언한다. 또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뱅크와 같이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여성이나 빈민에게 소자본 창업자본을 지원하는 사례가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명확하다. 금융은 결코 돈을 빼앗는 약탈자가 아니며 인류 문명을 진보시킨 주체이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금융이 본래 기능을 잃고 탐욕자에 의해 악용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 시기에 어디서부터 되짚어봐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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