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동안 비행기 조종기를 잡은 베테랑 조종사가 미국 로스쿨에 당당히 합격해 화제다.
주인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최인석(43·사진) 기장. 그는 5년 6개월간 일과 공부를 병행한 끝에 최근 미국 유수 로스쿨에 장학금을 받고 합격했다
최 기장은 1997년 3월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보잉737·747 부기장을 거쳐 현재 에어버스 320 기장을 맡고 있다.
17년간 조종기를 잡아온 그는 아주 우연한 계기로 법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경비행기를 타고 봉사하러 다니는 교회 신도들을 돕고자 항공 관련 법을 공부하다 이 분야에 전문 변호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2008년부터 사이버대 강의를 들으며 로스쿨 진학을 준비해 마침내 꿈을 이뤘다.
최 기장은 "지난해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 당시 미국은 항공 전문 변호사가 활동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며 "법적 책임을 전문적으로 따지는 상황이 되면 우리가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로호 발사가 실패했을 때에도 금전적 책임에 관한 협상이 가장 중요했는데 우리나라는 전문 변호사가 없어 러시아어가 가능한 일반 연구원을 보내야 했다고 그는 아쉬워했다.
최 기장은 "항공기 사고는 항공사뿐 아니라 국가 간 문제로 번지기 쉽다"며 "국가 간 항공 분쟁은 국제 정치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이를 중재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사 출신 변호사가 의료사고에 관한 법적 분쟁을 잘 해결하듯이 항공사고 역시 항공 전문 변호사가 다뤄야 한다"며 "종류가 다른 항공기를 모두 조종해봤고 기계공학을 전공해 정비 쪽 지식도 있는 만큼 조종사의 실무 경험과 법학을 접목시킨 항공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항공뿐 아니라 모든 교통 분야에서 전문가를 양성하고 민간 전문가가 많아지도록 국가가 더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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