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들어 연초 계획 때보다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추세라면 10대 대형 건설사의 올해 공급 물량이 당초 연초 추정치보다 크게 늘어난 15만가구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형 건설사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외사업 확대에 주력해왔으나 올 들어 유가하락으로 해외사업 리스크가 커진데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주택사업 비중을 늘리는 '백 투 하우징(Back to Housing)' 전략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고위 관계자는 "분양시장의 '큰 장'이 열렸다는 데 누구나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일각에서는 '털어내기 식 속도전'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10대 대형 건설사(대우·GS·현대·포스코·롯데·한화·SK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삼성물산)의 올 한 해 주택 공급계획 물량을 조사한 결과 15만4,757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초 추정치보다 늘어난 것으로 금융위기가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했던 지난해(9만5,432가구)보다 62%가량(5만9,325가구) 늘어난 규모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2001~2007년(매년 7~8만가구 수준)에 비해서도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체별로 보면 올해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대우건설은 역대 최고수준인 3만1,840가구를 계획하고 있고 현대산업개발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2만3,48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밖에 △GS건설 2만139가구 △포스코건설 1만8,375가구 △현대건설 1만7,617가구 △대림산업 1만6,479가구 △삼성물산 1만1,487가구 등으로 모두 역대 최대 물량을 쏟아낼 계획을 세웠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주택사업 부문 매출이 2007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다 2011년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며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공급 물량을 보수적으로 잡으려다 최근 들어 크게 늘리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다시 주택사업 비중을 높이는 것은 지난해부터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상당 부분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연달아 발표한 부동산 공약이 현실화하면서 정책 리스크가 줄어들었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나는 등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사업 수주액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저가수주에 따른 피해사례나 유가하락 등이 잇따르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국내 여건이 나아진 상황에서 과거 수도권을 중심으로 묵혀뒀던 주택사업들을 재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형사들이 다시 주택사업에만 몰두하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양단지 간의 1순위 경쟁률이 크게 차이 나는 등 소비자들의 '묻지마 청약'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자칫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분양 공급과잉→미분양 증가→주택가격 급락'의 악순환이 재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에 나서는 동시에 리스크 관리도 할 필요가 있다"며 "과도하게 분양가를 올리거나 악성 사업장을 무리하게 분양하는 행위는 분양 참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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